[프로야구]투수들 마구잡이 기용…『이러다간 다죽는다』

  • 입력 1997년 6월 30일 20시 17분


LG 이상훈
LG 이상훈
「3점이나 지고 있는 경기에 마무리를 내보낸다」 「이기고 있는 경기엔 일주일에 여섯번이라도 출전시킬 수 있다」 「마무리가 한계이닝을 넘어 3,4이닝을 책임져도 관계없다」 「구위가 떨어지면 마무리와 선발을 가리지 않고 기용한다」. 올시즌 프로야구가 보여주고 있는 「투수 죽이기」의 실례들이다. 선수 보호는 안중에도 없고 눈앞의 승리에만 급급한 각 팀의 투수운영. 이제 위험수위를 넘어 보는 팬들조차 안쓰럽다. LG 마무리 이상훈은 지난달 29일 해태 박재용에게 프로데뷔후 두번째 만루홈런을 맞았다. 그의 이날 직구 평균구속은 1백38㎞. 평소 1백45㎞대의 스피드와는 처음부터 거리가 멀었다. 이상훈은 올시즌 팀 경기의 절반에 해당하는 32경기에 출전했다. 마무리 투수의 한계이닝은 2이닝에 투구수 30개. 그러나 이상훈은 14경기에서 2이닝 이상 던졌고 이달 들어선 12차례 등판, 다섯차례나 2이닝 이상 던졌다. 시즌 초반 쌩쌩한 구위로 해태를 이끌던 임창용(21)은 더하다. 그의 몰락은 오래전 예견된 일. 그는 시즌 초반 마무리로 3이닝 이상을 책임졌고 세이브를 기록한 지난달 7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4이닝 동안 투구수 64개를 기록했다. 4월17일 잠실 LG전에서는 5이닝 동안 60개의 볼을 뿌렸을 정도. 최근 급격히 구위가 떨어진 그는 지난달 19일 구원승을 거둔 이후 지금껏 세이브포인트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아예 선발 투수진이 따로 없는 쌍방울. 롱릴리프 김현욱은 31경기에서 67.2이닝 동안 1천81개의 볼을 던졌다. 이는 조규제(5백63개) 오상민(5백50개) 등 팀내 다른 투수들에 비해 두배나 많은 투구수. 이달 들어서 13번 출전한 그는 불과 2구원승을 기록했을 정도로 힘이 떨어졌다. 현대 마무리 정명원은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마구잡이로 투입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롯데전에서 마무리로 나온 뒤 이튿날 선발로 나섰다. OB 김경원, 롯데 박지철, 한화 구대성, 삼성 김태한 등 각 팀의 쓸만한 투수들치고 혹사당하지 않는 투수가 없는 실정이다. 야구해설가 허구연씨는 『감독들이 투수들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성적을 올려야만 하는 야구 토양에 문제가 있다』며 『한국 투수들의 수명이 미국 일본에 비해 현저하게 짧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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