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대구화랑대표 김항회씨

  • 입력 1997년 6월 29일 10시 25분


『30년 넘게 모은 유물들을 박물관에 기증하고 돌아오면서 아내와 함께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대구 중구 남산동 대구화랑대표 金杭會(김항회·52)씨는 최근 조선조 유학자들의 서간(한자 및 한글편지) 1천여점을 경북의 모 박물관에 무상으로 기증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박물관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수집한 서간의 분량이 많아진데다 문화재적인 가치가 높은 귀중한 유산을 체계적으로 정리 보관해야 한다고 생각, 전문기관에 넘겨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증에 앞서 자신이 직접 모은 6백여점을 포함,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서간문 등 1천여점을 찍은 사진과 의미를 담은 「영남선유묵적」(嶺南先儒墨跡)을 발간했다. 『화랑을 운영하다 우연히 영조때 관직에 몸을 담은 7대조 할아버지의 친필 편지를 입수한 것이 계기가 돼 선조들의 글을 모으게 됐습니다』 김씨가 수집한 서간들은 영남지역 유생들이 동료나 가족 스승 제자들에게 안부를 묻거나 학문적인 질의 문답을 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조선시대 유학자는 물론 여인들이 직접 쓴 한글편지도 포함돼 있어 사료로서 뿐만 아니라 학술적인 가치도 높은 편. 부인의 반지까지 팔아가며 귀중한 서간문을 구입했다는 김씨는 『옛 어른들의 인간적인 풍모와 정감이 서간문 곳곳에 진하게 배어있다』면서 『첨단통신기기를 사용하는 우리 세대들이 이를 통해 사람의 도리를 배우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구〓정용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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