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가 물을 만난 격이라고 할까요. 그동안 노는 곳이 좁아 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에 정부가 멍석을 깔아 준다니 소매걷어 붙이고 한판 붙어보죠』
崔性植(최성식·38)삼성생명 재무기획실 과장은 한국판 빅뱅(금융개혁)이 표현그대로 메가톤급의 위력을 발휘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기관의 업무영역이 허물어지면 치열한 경쟁으로 몸이야 고달프겠지만 「미지의 신세계」를 정복하는 선구자로서의 성취욕은 남다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지난 87년 입사, 올해로 만 10년째인 최과장은 정부 금융개혁안이 나온 뒤 하루일과가 달라졌다. 오전 7시경 출근, 금융개혁 관련 기사를 훑어보고는 곧바로 인근 삼성그룹 서울연수소로 직행한다. 거기서 금융빅뱅이후 달라지는 영업환경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놓고 관계부서 직원들과 열띤 토론을 벌인다.
첫번째 주제는 단연 기업연금.생보업계의 「알짜 시장」으로 떠오를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지난 4월부터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 것도 연금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문제는 변액보험. 은행의 신탁상품처럼 자산운용실적에 따라 보험금이 다르게 지급되는 상품이다.
『매우 생소한 분야라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난감합니다. 자산운용 방식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하거든요』
그러나 최과장은 「위기」가 곧 「기회」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금융개혁의 최전선」에서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의 금융개혁안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작년말까지 도쿄사무소에서 근무, 일본의 금융개혁 과정을 꼼꼼히 지켜본 최과장은 『쟁점사안을 놓고 정부 업계 학계 등 이해당사자들이 충분한 토론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그들의 과정을 보니 참 부러웠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금융개혁 방향은 간단하다. 「은행 보험 증권의 겸업주의를 활성화, 소비자에게 원스톱(One Stop)서비스를 제공한다. 관련 법규도 그런 방향으로 정비돼야한다」.
〈이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