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23)

  • 입력 1997년 6월 27일 07시 18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76〉 듣고보니 문제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그것이 여러분들과 같은 건전한 이슬람교도들의 눈에는 망측한 풍속으로 보이겠지만, 누대에 걸쳐 그 나라의 처녀들은 국왕에 의해 순결을 확인받는 것을 행복으로 느끼고, 남자들 또한 그런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을 수 있는데 하루 아침에 국왕이 아닌 사람이 그 일을 대신한다면 누구라서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저런 생각 끝에 나는 말했습니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그렇다면 임금님께서는 임금님의 충성된 신하들로부터 공과 사를 구별하셔야 한다는 진언을 들으셨겠군요? 공주님이 비록 임금님의 딸이긴 하지만 백성의 한 사람으로 간주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진언 말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왕은 씁쓰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사실이 그렇도다. 지난 삼 년 동안 나는 중신들로부터, 장로들로부터, 그리고 심지어는 공주와 결혼한 부마로부터 무수히 그런 말을 들어야 했다. 나는 그 소리가 듣기 싫어 최근에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마저 기피하는 실정이야』 이렇게 말하는 왕을 나는 위로하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말하기 쉬워 공과 사를 구별하라고 하지 임금님의 경우 그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임금님처럼 신앙심 깊은 성군에게는, 비록 그것이 국가 통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근친상간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죄가 되는가 하는 것을 직감하고 계실 테니까요. 알라께서도 그런 죄를 짓는 사람에 대하여 결코 노여움을 푸시지 않으셨습니다』 이렇게 말한 나는 잠시 후 계속했습니다. 『충성된 자의 임금님이시여! 그렇지만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저에게 학문에 조예가 깊은 열 사람의 학자와 열흘의 시간을 주신다면 그 문제를 해결할 가장 현명하고, 알라께서도 수긍해주실 묘책을 고안해내어 올리겠습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왕은 비로소 생기가 도는 눈빛이 되어 말했습니다. 『오,형제여! 나는 그대에게 바로 그것을 분부하고 싶었던 것이다. 가장 현명하고, 알라께서도 수긍해주실 묘책을 말이다. 만약 그대가 그것을 찾아준다면 나는 평생을 두고 그대의 은혜를 잊지 않을 것이요, 그대 이름은 이 나라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이렇게 말한 왕은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열 사람의 학자들을 나에게 보냈습니다. 나는 우선 목욕을 하여 몸을 깨끗이 했습니다. 그런 다음 왕이 보낸 열 사람의 학자들을 데리고 이 나라 역대 국왕들의 행적에 관한 기록이 보관되어 있는 서고를 찾아갔습니다. 다행히도 서고에는 예로부터 문물이 발달된 나라답게 엄청난 양의 서책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그 서책들을 보자 나는 왠지 자신이 생겼습니다. 그 서책들을 한 차례 둘러본 뒤 나는 학자들을 향하여 말했습니다. 『자, 지금부터 여러분들은 이 서책들을 일일이 조사하여 역대 왕들의 성침에 관한 기록을 모두 골라내십시오』 내가 이렇게 말하자 학자들은 의아해 하는 표정들로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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