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21)

  • 입력 1997년 6월 25일 07시 50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74〉

『오, 그렇지만 신랑은 질투심으로 미쳐버리겠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천만에, 자신의 신부에게 성은을 내리는 왕에게 신랑은 진심으로 감사하며 마음 속 깊이 충성을 다짐하지. 자신의 신부가 성은을 입어 성혈을 흘림으로써 마침내 한 사람의 여자로 태어날 뿐만 아니라, 사악한 눈길로부터 자신들의 행복한 부부생활이 보호받게 되었다고 생각하니까 말이야.

그리고 생각해보게. 만약 질투심을 버리고 지켜본다면 성침을 하고 있는 자신의 신부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럽겠는가? 이제 다음날 밤부터 자신을 받아들이기 위하여 초야의 아픔을 참고 견디는 신부의 모습이 또 얼마나 대견스럽겠는가? 그것은 흡사 산고에 시달리고 있는 자신의 아내를 지켜보고 있는 남편의 심정과도 같지않겠는가? 그래서 옛 시인은 성침을 하고 있는 신부의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대견스런 모습을 이렇게 노래하지 않았던가.

붉은 휘장 속에 다소곳이 앉아

성군을 기다리는 그대 어깨 사랑스러워라.

인자하신 그분이 마침내 왕림하시니

나는 그대를 그분께 맡기네,

할례식날 아들을 맡기는 아버지처럼.

오, 만인에게 공평하신 성군께서는

마침내 내 사랑스런 야생마를 길들여

사타구니 사이 깊은 곳에 성혈을 흘리게 하시니,

내 사랑스런 신부는 그분의 목에 매달려 비명을 질러대네.

오! 하얀 두 다리를 허공에 높이 쳐든 채

비명을 질러대는 그대,

오직 나를 위하여 아픔을 견디는 그대 모습 애처로워라!

꽃잎보다 붉은 피를 흘린 채 하얗게 쓰러져 누운 그대,

마침내 여자로 태어난 그대 모습 대견스러워라!』

듣고 있던 나는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오! 그렇지만 알라께서도 여자의 순결은 오직 남편에게만 바쳐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비록 국왕이라 할지라도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바치는 것은 불경하고 망측한 일입니다. 제가 적지 않은 여러 나라를 두루 여행하였지만, 신앙심 깊은 회교도들의 국가에서 그런 망측한 풍속을 찾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왕은 잠시 생각에 잠긴 얼굴을 하고 있을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에야 왕은 말했습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도 이 풍속을 탐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아. 그많은 처녀들과 일일이 잠자리를 같이해야 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때로 고통스런 일이기도 하니까 말이야. 그러나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야. 자손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이 나라 풍속을 하루 아침에 바꾼다는 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사람들의 생각을 뿌리째 바꾼다는 것은 도무지 쉬운 일이 아니니까 말이야. 내가 만약 성침을 하지 않겠다고 해봐. 그렇게 되면 이 나라에는 난리가 날 거야. 나이가 많은 장로들은 무리를 지어 나를 찾아와 탄원을 하겠지. 국왕이 젊은이들을 위하여 성은을 베풀기를 거절한다면 나라의 장래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이야』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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