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청천]어른 무책임이 빚은 놀이터 어린이 참사

  • 입력 1997년 6월 24일 19시 52분


『공무원들이 우리 말을 듣고 한번만 현장에 나와봤으면 애가 죽지 않았을거요…』 24일 오전 7시 인천 서구 가정동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영안실. 아파트단지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다 어이없게 철봉사다리에 깔려 숨진 沈文植(심문식·7·가좌초등교 1년)군의 장례식. 심군의 아버지 正求(정구·42·트럭운전사)씨는 동생을 잃고 홀로 된 큰아들(10)을 붙잡고 『우리 재롱둥이 문식이를 누가 죽였어』라며 통곡했다. 심군의 어머니도 『어른들이 너를 죽였다』며 관을 붙잡고 울다 실신했다. 심군은 지난 22일 오후 서구 가좌4동 코스모스아파트 5동 집앞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다 갑자기 옆으로 쓰러진 철봉사다리에 목이 눌려 참변을 당했다. 서구청은 이달초 장마에 대비해 놀이터 뒷산 축대옹벽공사를 시작하면서 공사장비 운송에 방해가 되는 길이 4.5m 높이 2m의 철봉사다리 놀이기구를 놀이터 한구석으로 옮겼다. 그러나 이 공사를 맡은 S건업이 놀이기구를 튼튼히 설치하지 않고 모래위에 대충 설치하는 바람에 이날 옆으로 쓰러지며 사고를 낸 것. 아파트 주민들은 『어린이들이 철봉사다리에 오를 때마다 많이 흔들려 아파트자치회에서 그동안 세차례나 구청측에 조속한 공사마무리와 점검을 요청했었다』며 『어른 7∼8명도 들지 못하는 철근더미를 모래위에 적당히 세워놓고 점검요청도 무시했으니 이건 인재(人災) 아니냐』고 분노를 터뜨렸다. 심씨는 『내 아들은 갔지만 다른 아이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반드시 공사관리를 맡은 공무원의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인천〓박희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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