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페미니스트」

  • 입력 1997년 6월 24일 08시 10분


(리처드 에번스 지음/창작과 비평사/만원) 세상의 반을 떠받드는 여성. 그러나 역사는 여성의 몫을 거부했다. 남성은 그들만의 권리를 위해 철옹성을 쌓고, 어머니와 아내와 딸에게 집안에만 머물러 있을 것을 강요했다. 여성이 정치 경제 사회무대에서 제자리를 찾자는 취지의 페미니즘. 17세기에 첫 출현한 여성운동 사상은 19세기 중반 조직화된 형태로 등장, 20세기초 여성 참정권을 획득한 뒤 보수화 물결에 휩쓸려 쇠퇴했다. 페미니즘의 철학적 근원과 성쇠의 궤적을 사회구성체 및 정치구조 변화와 연관지어 분석한 책. 유럽과 신대륙 각국에서 전개돼 온 페미니즘의 흐름을 조망하고 있다. 페미니즘의 이론적 바탕은 계몽주의와 프로테스탄티즘. 그러나 양대 개혁론의 전도사 루소와 루터는 이 문제에 냉담했다. 이들은 『여성은 천성적으로 육아 가사 내조의 역할에 적합하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남성중심 이데올로기는 이처럼 완강했지만 여성 본유의 권리를 영영 짓밟을 수는 없었다. 경제권리 운동으로 출발한 페미니즘은 다양한 집단과의 합종연횡을 통해 영토를 넓혀 나갔다. 여교사 여의사가 탄생했고 공창제 폐지와 같은 도덕적 이슈를 주장했다. 마침내 최대숙원인 투표권을 따냈지만 이 전리품이 페미니즘의 분열을 재촉할 줄이야…. 그리고 세기말, 현실적응을 거친 페미니즘은 대중문화의 가장 상품성있는 화두로 떠올랐다. 정현백 외 옮김. 〈박원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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