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19)

  • 입력 1997년 6월 23일 07시 49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72〉 그가 가버리자 나는 속으로, 아무래도 그는 좀 실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나라 사람들이 삶의 의욕을 잃은 것이며, 불만과 짜증에 차서 생업마저도 열심으로 하지 않는 것이 모두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했으니까요. 그런데 잠시 후였습니다. 덩치가 좋은 내시 두 사람이 사원 안으로 들이닥치더니 나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바로 외국에서 왔다는 나그네요?』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내시는 말했습니다. 『그럼 따라오시오』 내시는 이렇게 말하며 나의 팔을 잡아 일으켜세웠습니다. 나는 겁이 났으므로 소리치듯 물었습니다. 『나는 아무 잘못도 한 적이 없는데 대체 어디로 데리고 가려는 거요?』 『따라와보면 알게 될 거요』 내시는 이렇게 말하면서 나의 팔을 끌다시피 하여 사원 밖으로 나갔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끌려가면서 말했습니다. 『내게 잘못이 있다면 이 사원에서 하룻밤을 잤다는 것 뿐이오. 그렇지만 회교 사원이라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상하귀천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는 곳이오. 그게 바로 알라의 뜻이니까요. 그런데, 오갈 곳 없는 길손이 여기서 하룻밤을 잤기로서니 그게 뭐가 잘못이란 말이오』 내가 이렇게 소리쳤지만 두 내시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나를 국왕의 궁전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는 왕 앞에 무릎을 꿇게 하였습니다. 나는 바닥에 엎드린 채 하소연하였습니다. 『인자하신 임금님이시여, 저는 외국에서 온 나그네로서 우연히 이 나라에 당도하게 되었는데 마땅히 하룻밤을 잘 곳이 없어 사원에서 잤을 뿐입니다. 그것이 죄가 된다면 몰라도 그밖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지은 죄가 없습니다』 그러자 왕은 나에게로 와 나를 일으켜세우며 말했습니다. 『일어나라.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나를 보라』 그리하여 나는 고개를 들었습니다만,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앞에 있는 사람은 바로 오늘 새벽 사원에서 만났던 그 사내였기 때문입니다.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나를 향하여 왕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형제여, 우리는 오늘 새벽 사원에서 만났었지. 그때 나는 그대가 먼 타국에서 온 길손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므로 사람들을 시켜 그대를 모셔오라고 했던 것이다. 이제부터 그대는 나의 손님이니 나의 궁전에 머물도록 하라』 이렇게 말한 왕은 대신을 향해 무어라 지시를 하였습니다. 그러자 대신은 나를 데리고 왕 앞을 물러났습니다. 대신은 우선 나를 목욕탕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내가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대신은 미리 준비하고 있던 옷 한벌을 내어놓았습니다. 내가 옷을 갈아입자 하인들은 진수성찬을 차려왔습니다. 나는 이런 호화로운 음식을 잊어버린지 오래였으므로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내가 식사를 마치자 대신은 다시 나를 데리고 내가 거처할 궁전 안의 별채로 안내했습니다. 정말이지 모든 것이 꿈만 같았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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