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주택]일산31블록3층 점포주택,만남이 있는 공간

  • 입력 1997년 6월 23일 07시 22분


일산의 31블록은 3층 점포주택단지다. 이 블록내에 있는 「일산점포주택」은 1층과 2층은 각각 점포와 임대가구이며 3층은 주인이 쓰는 집으로 돼 있다. 점포와 다가구주택이 한 건물에 있는 소규모 복합건물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네 주택가를 고밀도로 바꿔놓은 주택형식이 그대로 신도시에 재현되고 있다.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주거환경이다. 따라서 일산점포주택을 설계하면서 단독주택이 갖는 여유로움과 몇가구가 모여 만들어내는 공동생활을 담아내는 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 집은 4개의 벽으로 구획됐다. 가운데 부분에 집속의 길인 복도와 계단을 건물을 관통해 넣었다. 집속의 길은 천창과 안뜰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채워지게 만들었다. 이 길은 외부에서 건물 안으로, 다시 건물속의 외부로 옮겨가는 다양한 경험을 함께하도록 한다. 2층 길 양쪽으로 임대가구를 배치, 산동네 골목길을 옮겨놓은듯한 느낌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3층 주택입구는 안뜰을 마주하며 배치했으며 안뜰에 심어진 자작나무는 1층부터 3층까지를 수직으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안뜰을 향해 열린 창을 통해 각층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의 나무를 즐길 수 있다. 이 안뜰은 집안으로 자연과 계절이 항상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3층 주인집으로 들어서면 또다른 길이 집안으로 이어지고 집속의 길에서 집밖의 길을 내려다보게 돼있다. 이 길은 통로로, 아이들의 놀이터로, 같이 사는 사람끼리 생활을 나누는 장소로, 또한 사색의 산책로가 된다. 일산점포주택은 바로 집속의 길과 안뜰을 통해 몇개의 공간이 단순히 모여 만들어진 집이 아니라 풍족한 공간으로 연속된 삶의 장소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능률과 효율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기능일색의 집이기보다는 비어있기에 더 풍족한 삶으로 채워지며, 고여있는 공간이기보다는 움직임과 흐름으로 이어진 집이다. 흔히 다가구주택은 최소한의 삶만 있고 인간적이며 풍요로운 환경과는 관계없는듯이 지어졌고 사람들은 그속에서 무작정 살아왔다. 이제 다가구주택도 사람을 사랑하고 인간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지어야 한다. 그 집에 사는 사람과 그 이웃이 건축적 풍요를 누리며 살아야 한다. 권문성<권문성건축사사무소 대표> ▼약력 △서울대건축과 동대학원졸 △중앙대 건축공학과 출강 △고속철도 천안역사 프로젝트 매니저 △경기도건축문화상 수상 02―58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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