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임기말에 실현이 불투명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각 부처가 앞다투어 내놓는 정책들은 너무 의욕이 앞서 있다. 부문간 견해차이가 커 임기내에 의견을 모으고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고 재원(財源)배분과 정책우선순위를 차기정권에서 재정립해야 할 것도 많다. 이것저것 벌이기보다 현안과제 중심으로 한가지라도 확실하게 추진할 때다.
임기말이니까 정부가 손을 놓고 있으라는 말이 아니다. 정책에는 완급(緩急)이 필요하다. 부처별 장관별로 의욕만 앞세우면 당면 과제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어제 정부가 발표한 21세기 국가과제만 해도 장기적으로는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다. 그러나 정권 임기말에 다음 정권이나 다음다음 정권이 끝나는 시점까지를 겨냥한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해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권말의 누수(漏水)현상을 외면하고 과욕(過慾)을 부리면 시끄럽기만 하고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정책의 기조(基調)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 여러 분야의 틀을 무리하게 잡아놓으면 다시 조정하느라 혼란과 낭비만 초래한다. 이 정권 출범전 행정부가 경제사회발전5개년계획 수립을 미룬 것도 그때문이다. 대선(大選)을 눈앞에 두고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이 이해집단간 갈등을 조정하며 입법절차를 밟아줄지도 의문이다.
기업 부도와 실업급증으로 국민 불안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수출이 경쟁력을 잃고 국제수지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규제완화와 정부혁신 산업구조조정은 발등에 떨어진 불인데도 지지부진이다. 시급한 금융개혁도 추진이 불투명하다. 벌이기 못지않게 마무리도 중요하다. 민생과 경제회생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임기말의 정부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