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지수(EQ)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유아교육자들과 소아정신과 의사들은 『아! 드디어 우리나라 어린이들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겠구나』하며 기뻐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교재 교구업자들이 발빠르게 EQ장난감 EQ프로그램 EQ테스트 등을 만들어 감성교육의 본질과는 다른 방향으로 몰아갈 뿐 아니라 젊은 부모들이 『이걸 안사면 우리아이만 EQ가 떨어질지도 몰라』하며 불안을 느낀 나머지 너나할 것없이 이것들을 구입하여 자녀에게 EQ공부를 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EQ를 높인다는 상품들은 거의 모두가 1∼2년 전까지만 해도 IQ를 높인다는 광고가 붙었던 것들이다.
EQ는 상품화된 물건에 의해서 길러지지는 않는다. EQ는 사람과 사람이 정을 주고 받으며 푸근한 인간관계를 맺을 때 길러진다.
EQ테스트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EQ를 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어느 학자가 나름대로 만들어본 것이지 실제 EQ를 정확히 잴 수는 없다. 또 검사지에 나와 있는 내용대로 EQ를 훈련시키는 사람들이 있는데 쓸 데 없는 일이다. 뿌리 없는 나무에 열매를 붙인 것과 같기 때문이다.
영유아기의 EQ 기르기는 뿌리 내리기와 같아서 겉으로는 당장 그 효과를 볼 수 없지만 뿌리가 든든할수록 미래 그 아이의 삶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인위적으로 무엇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지내자. 그리고 아이가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할 때에는 『안된다』라고 단호하게 말해주자. 그게 바로 EQ를 기르는 비결이다.
이원영(중앙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