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어떤 부작용 있을까]감독기구 중복검사 우려

  • 입력 1997년 6월 17일 19시 48분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에다 금융감독원이 덧붙게 됐으니 시어머니가 3명으로 느는 겁니다』(시중은행 K이사) 중앙은행제도 및 금융감독체계에 관한 정부 개편안에 대해 금융전문가들은 논쟁만 일삼던 이해당사자들이 일단 합의점을 찾았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이렇게 바꾸면 과연 한보사태같은 일을 막고 규제만 일삼던 감독관행이 개선돼 금융기관들이 신나게 영업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엔 고개를 젓는 사람이 많다. 금융기관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중복검사. 은행 관계자들은 『같은 사안이라면 한번만 검사를 받아야한다』며 『이번에 감독기능이 완벽하게 일원화된 것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즉 재경원과 한은 그리고 금융감독위원회가 서로 각자의 영향력을 유지 또는 확대하려고 경쟁하면 애꿎게 피해는 자신들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걱정이다. 특히 재경원은 기존의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번 정부안은 모든 감독기능을 금융감독위에 맡긴 것 같지만 재경원은 예금보험기능을 담당할 통합예금보험기구를 붙잡았다. 금개위는 이 기구를 금융감독위에 두자고 했으나 청와대 보고과정에서 재경원에 남게 된 것. 재경원은 『통합예금보험기구는 보험료 징수만 하고 금융기관 파산 때 최후의 보루일 뿐 감독기관이 아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강력한 사전적 감독기능을 갖고 있는 기관이며 이번 개편안에서도 대부분의 금융기관에 대해 금융감독위에 검사 및 공동검사 요청을 할 수 있도록 돼있다. 또 금융감독위가 앞으로 공무원 조직으로 변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특성상 어떻게든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낼텐데 자율경영은커녕 지금보다 더 시달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한다. 감독기구의 통합에 대해서도 말이 적지 않다. 세계적으로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업이 겸업주의 추세에 있기 때문에 감독기구들도 「겸업」한다는 점에서 금융감독위의 설립은 타당하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금융산업의 겸업화가 충분히 진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독기구들만 산술적으로 통합하면 효율성보다 공룡화에 따른 부작용이 먼저 불거지게 된다』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금융감독위에 집중될 기업관련자료가 금융감독 외의 목적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는 것이다. 재벌그룹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이 예금거래에 관한 자료만 갖고도 꼼짝을 못하게 하는데 금융감독위에는 기업의 각종 재무제표는 물론 예금 대출 지급보증 유가증권 투자 보험가입 등 모든 금융거래 내용이 집중된다』며 『이 총체적인 정보가 금융감독에만 쓰인다는 보장이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결국 금융개혁은 제도의 변화보다는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과 관행의 변화가 선행돼야 하는데 정부의 개편안은 도출단계부터 「영역싸움」과 「기득권 지키기」에 지나치게 치중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윤희상·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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