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화염병 없는 세상으로…』

  • 입력 1997년 6월 5일 20시 06분


『지웅아 지웅아…』 저 세상으로 떠난 외아들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어머니의 통곡소리가 영결식에 참석한 1천여 조문객의 어깨위로 내려 앉았다. 5일 오전 9시 한총련 대학생들의 시위를 막다 숨진 柳志雄(유지웅)상경의 영결식이 열린 서울 중구 신당동 서울경찰청 기동단 광장. 아침부터 내린 비로 대지는 젖고 영결식장 공기는 한껏 무거워졌다. 『화염병과 돌이 전쟁터처럼 난무하는 시위현장에서 그대는 꽃다운 청춘을 뒤로 하고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대가 못이룬 꿈과 희망은 이제 남아 있는 우리들 몫입니다』 유상경에게 1계급 특진과 보국훈장광복장이 추서되는 동안 숙연함으로 고요하던 영결식장 분위기는 黃龍河(황용하)경찰청장의 영결사가 시작되면서 큰 슬픔으로 변했다. 『이제 다시 못만날지라도 「유지웅」 그 이름 석자를 우리는 순국의 거룩한 이름으로 영원히 간직할 것이네. 부모님께 못다한 효도는 우리가 맡을테니 그대 편안히 눈감으시게』 동료대원 정준우 수경의 고별사가 이어지는 대목에 이르자 끝내 영결식장 곳곳에서 흐느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사위 김한수씨(29)의 손을 꼭 잡은 채 슬픔을 가누던 유상경의 어머니 金吉子(김길자)씨는 『지웅아 지웅아』 통곡하다 끝내 의식을 잃었다. 점점 굵어진 빗줄기는 아들의 영정을 적시고 다시 어머니 가슴으로 흘렀다. 차오르는 슬픔을 꾹꾹 눌러오던 아버지 柳海圭(유해규)씨는 아들 영전에 국화를 올리고 향불을 꽂으면서 가슴속 눈물을 한꺼번에 쏟았다. 고별사는 계속 이어졌다. 『자네를 떠나 보내고 나면 우리는 다시 화염병이 날아오는 거리로 나서야 하네. 이제 그대는 폭발하는 화염병도, 내리치는 쇠파이프도, 매캐한 최루탄도 없는 하느님의 나라, 천국에서 편히 쉬시게』 〈윤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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