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장애인 모시기]다음 美洲일주때도 같이 좀…

  • 입력 1997년 6월 5일 08시 19분


인도네시아의 발리섬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아름다운 섬이다. 언제인가 발리로 떠나는 여행팀을 인솔하기 위해 김포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 즈음 출입구로 들어오는 한 남자의 모습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다리 한쪽을 거의 끌다시피 힘들게 걸어 오고 있었다. 저런 몸으로 설마 여행을 떠나시는 분은 아니겠지라며 안쓰러운 생각에 계속 지켜 보게 되었다. 그런데 웬일인가.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 오더니 나를 찾는 게 아닌가.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번 여행팀은 정말 힘들겠구나』 그 분을 모시는데 따른 어려움 때문이 아니라 함께 여행하는 분들의 불평을 어떻게 무마할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투어컨덕터(TC)란 말 그대로 「여행팀의 지휘자」다. 어느 오케스트라 지휘자치고 제대로 된 악기를 가진 연주자가 있는데 고장난 악기를 가진 연주자를 악단에 두려고 하겠는가. 그러나 당시 여행팀은 대학동창생 부부들로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어서 한시름은 놓았다. 그런 생각에 골똘하고 있는 내게 그 분이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이 여행을 가기 위해 6개월 동안 열심히 물리치료를 받아 이만큼이라도 걸을 수 있게 됐다고. 그 분의 의지와 노력에 감동해 나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잘 모셔야겠다고 다짐하고 여행을 떠났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여행은 성공적이었다. 간혹 함께 간 분들의 짜증도 있었지만 대체로 그 분의 신체적 결함을 이해하고 협조해 별 탈 없이 여행을 마친 것이다. 여행을 마치고 김포공항에 도착했을 때 그 분은 내 손을 잡고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 나도 그 때 TC로서 가슴 벅찬 보람을 느꼈다. 그런데 손을 놓으며 하신 그 마지막 말씀에 온 몸의 힘이 쏙 빠졌다. 『다음에는 미주일주 할건데 그 때도 미스손이 같이 가줄테야…』 송진선(투어컨덕터·NTA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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