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은 역시 말썽을 부려야 제격인가.
코트에서의 거친 행동으로 소문난 미국프로농구(NBA) 최강팀 시카고 불스의 데니스 로드맨이 올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접어들어 온순한 양으로 돌변해 필 잭슨 감독을 애타게 하고 있다.
로드맨은 지난 2일 열린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특유의 과격한 행동을 전혀 보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시종 상대선수를 물고늘어지며 괴롭히는 근성도 발휘하지 않았다.
콘퍼런스결승까지의 플레이오프 13경기 동안 매경기 한개 정도는 범했던 테크니컬파울이 이날은 하나도 없었다. 종횡무진 골밑을 누비던 그간의 플레이스타일과는 달리 주로 왼쪽사이드에 머무르며 볼을 기다린 것도 그의 달라진 모습.
그는 이날 3점 슛 두개를 포함, 7개의 야투를 던졌다. 4득점에 그쳤지만 수비와 리바운드에 치중해온 그가 공격에 주력한 것은 이례적인 일.
이점이 바로 잭슨감독의 신경을 자극하는 대목이다. 그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로드맨은 이날 경기에 몰입하지 않았다. 공격에 나서는 것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사실 이전의 경기에서 로드맨은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팀승리를 뒷받침했다. 바로 이같은 투혼이 선수들의 사기진작과 팀플레이에 도움이 됐던 것.
잭슨은 『로드맨이 테크니컬파울을 범했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고 그의 투지가 실종된 것이 문제』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어쨌든 이날 로드맨의 소극적인 플레이 때문에 시카고가 하마터면 홈경기를 놓칠뻔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고 보면 로드맨의 「외도」는 상당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