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내 누드는 포르노아닌 예술』

  • 입력 1997년 5월 13일 20시 33분


▼조물주가 창조한 세상의 만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일까. 서양에서 그 대답은 단연 인체다. 유려한 선의 흐름과 몸 전체의 균형, 탄력 넘치는 피부 등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회화나 조각의 좋은 소재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인체가 아름다운지를 따지려면 다소 막연해진다. 여기서 머리와 몸 전체의 비례를 미의 기준으로 삼는 8등신이란 말이 등장했다. 한국인은 평균 6.5등신에 불과하므로 미인이 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미의식은 서양적인 기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 전통회화에는 누드화가 없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린 산수화나 사군자가 있을 뿐이다. 조선시대 풍속화에 목욕하는 여인네를 그린 그림이 있기는 하지만 누드보다는 옆에서 훔쳐보는 남자들의 호기심을 강조한 그림이다. 사람을 자연의 일부로 생각하는 동양사상과 모든 문화에서 인간을 중시하는 서양사상과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적인 누드모델로 떠오른 재미교포 이승희씨가 최근 모국을 방문하자 젊은 세대들로부터 폭발적인 환영을 받고 있다. 1m63의 별로 크지 않은 키에다 동양인으로서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인터넷 조회건수 1위의 누드모델이 되기까지에는 각고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또 안정된 직업인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모델을 택한 신세대다운 당돌함도 인기의 비결인 듯싶다 ▼한편에서는 누드모델이 도대체 뭔데 이처럼 환대하느냐는 부정적 시각도 없지 않다. 성(性)의 상품화나 미국에 대한 문화적 사대주의가 아니냐는 비판도 들린다. 정작 본인은 『내 누드는 포르노가 아닌 예술』이라며 당당한 태도다. 누드모델이라도 세계 최고라면 스타로 대접하고 본인이 택한 직업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한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 변화가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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