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박병률/이승희씨 소동 이해안가

  • 입력 1997년 5월 13일 08시 36분


누드모델 이승희를 둘러싼 최근의 언론 취재경쟁이 낯뜨거울 정도였다. 「인터넷이 낳은 최고의 누드모델」이니 「인종차별의 장벽을 깬 자랑스런 한국인」 따위의 수식어와 함께 한동안 언론의 초점이 되었다. 물론 그녀가 미국에서 이뤄놓은 일에 대해 평가절하를 하자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누드모델이 선망의 대상이 되었느냐는 점이다. 과연 그녀가 국내에서 누드모델을 했더라도 그토록 열띤 취재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까. 한때 플레이보이지 등 선정적인 잡지가 인터넷에 범람, 청소년의 정서를 해친다며 법석을 떨던 언론들이 이번엔 벌거벗은 여자의 모습을 앞다퉈 보도하면서 최고의 누드모델이라며 격찬하고 나서는 것은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심지어 정규뉴스시간에 그녀의 모습을 담은 인터넷사이트까지 자세히 보여주는 행위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한다. 이승희는 미국인의 잣대로 보았을 때 스타일지는 모르나 국내에서는 아니라고 본다. 적어도 국내의 많은 누드 배우들은 상대적으로 멸시를 받아왔다. 미국의 누드는 예술이고 국내의 누드는 외설이라는 잣대는 안된다. 이제 벗는 예술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시각의 정리가 필요할 때다. 박병률(부산 동구 범일6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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