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자금 끝없는 의혹

  • 입력 1997년 5월 9일 19시 46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이제 결심해야 한다. 92년 대선자금을 얼마나 썼으며 어디서 조달했고 남은 돈은 있는지, 있다면 얼마가 어디에 있는지를 상세히 밝혀야 한다. 여권(與圈) 일부에서 주장하는 「포괄적 입장표명」으로는 설득력이 약하다. 서류가 없어 쓴 돈이 얼마인지 모른다는 주장도 통하기 어렵다. 대선자금과 관련된 사람 모두를 불러모아 기억할 수 있는대로 돈의 출처와 용처를 확인해 국민앞에 다 밝히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차남 金賢哲(김현철)씨의 사법처리 후에 입장표명을 하겠다는 생각도 이제는 바꾸는 것이 옳다. 그것과는 별개로 조속히 대선자금의 전모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보비리의 몸통이 알고보니 92년 대선자금이었다는 인식이 사회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지금 그 진위(眞僞)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명해야 하며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92년 대선 직전 김대통령이 한보 鄭泰守(정태수)총회장에게서 6백억원 이상을 받았고 그같은 사실을 정씨가 검찰수사과정에서 밝혔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이에대해 金起秀(김기수)검찰총장과 沈在淪(심재륜)대검중수부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국민들은 도대체 어떤 말을 믿어야 할지 한없이 헷갈린다. 게다가 야당은 김대통령이 한보돈 8백억원을 받았고 관련증거도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김대통령이 한보돈을 받은 게 사실이라면 비록 문민정부 출범 이전의 일이라 해도현집권세력의 도덕성은 엄청난 상처를 입게 된다. 그러잖아도 대선자금 잉여금수백억원을현철씨가 측근 朴泰重(박태중)씨와 金己燮(김기섭)전 안기부운영차장을통해관리했고 돈세탁까지 했다는 의혹이불거져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 모두가 사실일 경우 그래도 대통령만은 이런 일과 무관할 것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국민의 실망은 더없이 클 것이다. 그러나 만약 김대통령이 한보돈을 받지 않았다면 이처럼 억울한 일이 있을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명예회복을 해야하며 사실이든 아니든 가부간에 분명히 매듭을 지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김대통령 뿐이다. 대선자금 문제를 검찰수사나 국정조사를 통해 풀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그리 되면 나라 꼴은 말이 아니다. 현직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나 국회의 국정조사대상이 된다면 그런 불행한 일이 없다. 더 늦기전에 김대통령이 92년 대선자금의 전모를 밝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정국은 한보 뒷마무리 과정에서 돌출한 대선자금 문제 때문에 온통 뒤죽박죽이다.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의혹속에 국정은 한없이 표류하고 되는 일도 안되는 일도 없다는 자조(自嘲)가 팽배해 있다. 이렇게 된데는 김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스스로 의혹의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직접 말을 하지 않아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거듭 김대통령의 빠른 결단을 촉구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