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한국종합전시장(KOEX)에서 개막된 97서울모터쇼가 8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1일 폐막한다.
국내외 1백47개 자동차업체가 참가, 국내 최초로 세계모터쇼의 면모를 갖춘 이번 전시회에 다녀간 관람객은 폐막 당일까지 모두 70만5천명(추정).
주최측인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관람객의 수를 들어 나름대로 성공적인 모터쇼였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협소한 전시공간, 출품작 수준 등 적지않은 문제점을 드러낸 전시회이기도 했다.
▼첫 세계모터쇼〓주최측은 이번 대회가 국내에서 열리는 모터쇼중 처음으로 세계자동차협회(OICA)의 공인을 얻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 5위 자동차생산국에 걸맞은 모터쇼를 국내에서도 드디어 갖게 되었다는데 가장 큰 의의를 찾고있다.
이번 모터쇼에는 외국 완성차업체들이 대거 참가, 기술교류의 마당을 제공했고 국내업체들은 해외바이어와 현지딜러들과의 비즈니스 공간으로 활용했다. 실제로 해외 수출계약도 상당수 이뤄져 현대자동차의 경우 티뷰론을 독일에 신규진출시키는 수확을 거뒀다.
일반 관람객들에게는 세계적 수준의 자동차정보를 제공하고 자동차업체들로서는 소비자들이 어떤 취향의 차를 좋아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관심을 끈 차종〓컨셉트카를 제외하고 관람객들의 관심을 끈 것은 현대자동차가 오는 9월 내놓을 경차(輕車)「HMX」와 대우자동차가 티코의 후속모델로 오는 98년에 선보일 「마티쯔」. 국내시장에서도 8백㏄ 경차가 성공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쌍용자동차의 코란도신형과 기아의 스포티지신형 등 레저용차량(RV)도 인기가 높았다.
컨셉트카 중에는 1백80도 회전이 가능한 비서용 시트와 자동 이동되는 업무용 테이블을 갖춘 현대자동차의 「SL카」, 쌍용의 스포츠쿠페 「W꾸페」가 인기를 끌었다.
외국업체중에는 벤츠의 스포츠카 「SLK」, BMW의 최고급리무진 「L7」, 크라이슬러의 「도지파이퍼」 등이 탁월한 디자인으로 관람객의 발길을 끌었다.
▼드러난 문제점〓KOEX 전시공간이 협소했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컨벤션센터 신축공사로 지난 95년 제1회 대회때보다 공간이 줄어든 반면 출품작과 관람객은 오히려 늘어 전시기간 내내 큰 혼잡을 겪었다.
자동차공업협회의 金小林(김소림)부장은 『자동차 뿐만 아니라 국내산업의 세계화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국제전시회를 열만한 공간이 확보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모터쇼의 주제의식이 희박했다. 대신 저급한 전시문화가 기승을 부렸다. 관람객들에게 차를 보여주려는 것인지 패션쇼에 온 것인지 혼동하게 할 정도로 컴패니언걸들의 홍수였다.
또 일반적으로 세계모터쇼는 그 해의 자동차 흐름을 보여줘야 하는데 서울모터쇼는 그 부분에서도 다소 취약했다. 컨셉트카의 출품이 지난 95년보다는 많았지만 다른 해외모터쇼에 비하면 비교가 안되는 수준.
특히 외국업체의 경우 컨셉트카보다는 국내에 곧 시판될 모델을 대거 출품해 모터쇼를 판촉장소로 삼는데 그쳤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공간 부족으로 부품업체와 상용차 업체들이 상당부분 불참한 것도 이번 대회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박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