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대통령父子의 「내탓-네탓」

  • 입력 1997년 4월 28일 20시 24분


27일 청와대주변에서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최근 심경을 엿보게 하는 이야기가 또하나 흘러나와 화제에 올랐다. 요지는 「김대통령이 차남 賢哲(현철)씨에게 金己燮(김기섭)전안기부 운영차장과의 관계를 정리하도록 두차례나 주의를 주었으나 현철씨가 말을 듣지 않았다. 또 김대통령은 김차장을 경질하려 했으나 현철씨가 설득하는 바람에 경질하지 않았고(못했고) 그것을 지금 후회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대통령이 지난 2월25일 대(對)국민담화발표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만큼 이같은 전언에 청와대안팎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다. 계속되고 있는 「국정의 표류현상」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김대통령의 「무언(無言)」의 기간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곰곰이 들여다 보면 이 전언은 앞서 흘러나온 비슷한 「토막소식」들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대국민담화발표를 전후해 만난 일부 원로들에게 『자식도 머리가 크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현철씨문제를 한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에는 『취임이후 김대통령이 현철씨를 두차례나 유학보내려 했으나 그때마다 되돌아왔다』는 얘기가 청와대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새삼스레 전해져 사람들을 의아하게 했다. 이같은 토막소식들이 사실이며 실제 김대통령의 진심을 반영한 것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전언의 일관된 메시지는 「김대통령이 이미 오래전부터 현철씨의 문제를 인식, 대처하려 했으나 현철씨가 말을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얘기에 청와대내에서조차 냉소적 반응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보통사람」의 집안에서도 아버지의 엄명을 거역하기 어려운 터에 대통령이 「집안다스리기」를 제대로 못했음을 입증하는 얘기들이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아들에게 막강한 힘을 실어준 것은 바로 김대통령 자신이 아니냐』며 『이같은 사례들이「자기탓」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잠재의식의 발로라면 결국 수습의 해법도 쉽게 마련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고개를 저었다. 이동관<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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