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인사동 터줏대감 개그맨 전유성씨

  • 입력 1997년 4월 28일 08시 14분


27일 일요일, 서울 인사동을 찾은 사람들은 청바지에 남방셔츠 차림으로 쉴새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개그맨 전유성씨(49)를 볼 수 있었다. 그는 방송이 없는 날이면 으레 이곳에 나와 지나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쳐다보거나 골목골목을 쏘다닌다. 그러다 마음이 동하면 무엇이든 찍는다. 카페 마당의 사과나무, 골동품을 흥정하는 외국인, 엿장수, 엄마 손을 잡은 어린이 등 무엇이든 좋다. 인사동 풍경을 열심히 찍어댄다. 그는 인사동 사람이다. 태어난 곳이 부근 소격동이고 교동초등학교를 졸업했다. 파고다공원에 놀러가기 위해 인사동을 지나다녔던 기억이 생생하고 찌그러진 골동품이 많았던 거리 풍경이 판화처럼 박혀 있다. 중학교 이후로도 통인동 와룡동 효자동 등 계속 4대문 안에서만 산 자칭 「4대문안 토박이」여서 강남쪽에 가면 바보가 된다. 그는 인사동이 너무 좋아 2년전 이곳에 카페를 냈다. 어렸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 칠판과 책걸상으로 안을 꾸몄다. 이달부터 인사동이 차없는 거리가 되자 신이 난 그는 『일요일의 인사동은 그 자체가 축제이니 무조건 한번 나가보라』며 『서울에 이런 천국이 있구나하고 감탄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동안 사람들이 차없는 거리를 얼마나 목말라했느냐』며 『인사동은 일요일만 아니라 평일에도 차량통행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사동 10월 축제의 단골 사회자인 그는 올해는 마술사와 문화운동꾼들을 대거 초청하는 등 더 멋진 축제를 만들 생각이다. 개그계의 큰형으로 통하는 전씨는 요즘 기발한 착상을 했다. 인사동 거리의 아스팔트를 걷어버리자는 것이다. 그는 『다소 엉뚱하게 들리겠지만 이왕 차없는 거리로 만들 바에는 흙이 훨씬 나을 것』이라며 『맑은 날은 맨발로 흙을 밟고 비오는 날이면 진창을 다녀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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