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교수의 EQ세계]만3세까지 요구 무조건 들어주라

  • 입력 1997년 4월 25일 08시 22분


생후 18개월부터 36개월까지의 영아만을 보육하는 S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일이다. 만3세된 훈이는 그 어린이집에서 아주 의젓할 뿐만 아니라 자신보다 어린 영아들을 동생처럼 돌보며 보육교사를 도울 정도였고 또래간에 리더십이 있었으며 인기도 아주 높은 아이였다. 그런데 그 아이의 행동이 이상하다며 훈이 엄마가 전화를 걸어왔다. 집에 들어서는 그 순간부터 아이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엄마, 먹여 줘』하며 입만 벌렸고 포대기를 들고 나와 『엄마, 나 업어줘』한다는 것이다. 갑자기 의존적이 됐을뿐 아니라 퇴행한 것같다며 엄마의 걱정이 대단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해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K원장은 아이가 부모로부터 「강도 높은 애정표현」을 바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랜 시간 부모와 떨어져 있는 아이는 부모와 함께 있는 짧은 시간에 애정을 듬뿍 받기를 원한다는 것. K원장은 부모에게 그 아이의 요구를 인내심을 갖고 끊임없이 수용하라고 부탁했다. 엄마는 직장 일을 마치고 돌아와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내가 너를 사랑하는데 10년인들 못해주겠니」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먹여주고 업어주고 했다. 이러기를 한달 정도 한 어느날 아이는 『엄마, 나 형아야. 내가 혼자 먹을 거야』 『엄마, 나 내려줘. 나 형아야』하면서 다시 독립적인 행동을 보였다. 아이의 EQ가 자라기를 원하는 엄마 아빠는 만3세 이전 아기들의 요구를 끊임없이 수용해줄 필요가 있다. 아기들은 남을 배려하고 사회적 규범이나 규칙을 지킬 수 있기 이전에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경험해야 한다. 독립심을 빨리 길러주고 싶은 마음이 강한 부모나 똑똑하게 기르려는 부모는 사랑받고 싶은 아기의 마음을 간과하기 쉽다. 3세 미만 아기들의 EQ는 부드럽고 편안한 엄마 아빠의 손에서 길러진다. 이원영 〈중앙대·유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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