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남기지 맙시다』
지난 토요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방배동 주택가에 있는 중국음식점. 창가의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은 젊은 남녀 직장인 5명이 탕수육 등이 담긴 접시가 놓이자 일제히 젓가락을 든다.
노보텔 앰배서더호텔 내의 맛따라 모임인 「절대 남기지 않는 사람들」(약칭 절남사)의 회원들이다. 회원 각자가 강남지역 「맛집」을 발굴해 다른 회원들과 맛의 세계를 공유하는 것이 모임 결성의 취지다. 매달 한번 정기모임을 가지며 가입기준은 「맛깔스런 음식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사람」. 회장 홍성완씨(31·판촉지배인)는 『회원마다 부서가 달라 시간을 맞추기 힘들어 먼 곳보다 주로 강남지역의 숨은 맛집을 찾는데 주력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개발한 음식점만 10여곳.
사람들이 「더 맛난 음식」을 찾아 먼곳이라도 가리지 않고 쫓아다니는 것은 이미 일반적인 사회현상. 하지만 최근들어 먹성좋은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은 회사내에서 더욱 「조직화」된 형태의 모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정기모임을 갖는가 하면 「먹자계」의 형태로 부정기적으로 만나기도 한다.
각 모임의 리더들은 대부분 식욕과 예리한 미각, 여기에 폭넓은 정보력까지 겸비한 이들. ㈜신원의 맛따라 모임인 「TNT」(Team for New Tastes·새로운 맛을 찾는 모임)의 리더인 김수동과장(31·전략기획팀)같은 사람이다. 김과장은 『회사가 있는 마포와 서울 강북지역의 맛있는 집 등을 찾기위해 신문 잡지에 나온 음식점 관련 기사를 빠짐없이 스크랩한다』며 『하지만 그렇게 소개된 음식점이 기대이하인 경우도 많아 알음알음으로 찾아낸 맛집에 더 애착이 간다』고 말한다.
이들 「신세대 맛집 탐험대」들은 특정메뉴나 맛에만 관심을 갖는 기성세대 미식가와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미각뿐 아니라 음식점 특유의 분위기, 정성어린 서비스, 주방장의 음식철학과 장인정신에까지 관심을 기울인다.
지난해 말 제일기획의 사내보인 「우리 마당」에 서울 종로구 서린동 일대의 중국음식점과 만두집에 대한 음식지도를 만들어 게재했던 광고15팀 이승목대리(32). 5,6명의 동료들과 식당마다 찾아다니며 주방장을 인터뷰해 제일 자신있는 메뉴와 음식에 대한 철학까지 소개했다.
이대리는 『더 이상 점심식사를 끼니를 때우는 데 만족하거나 서비스가 엉망인 음식점에서 「먹어주는 기계」처럼 해치우기 싫었다』고 지도제작의 이유를 설명한다.
한입을 먹어도 흡족한 음식, 한번을 가도 10년 단골처럼 느껴지는 맛집, 비싸지 않으면서도 맛깔스럽고 깔끔해 미각과 기분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맛. 신세대 맛따라 모임들이 하나같이 추구하는 목표다.
〈박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