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 과학기술이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우연히 발견된 옛날 유리구슬이 한민족의 과학사를 바꾸어 놓고 있다. 성덕대왕 신종의 울림은 아픈 전설과 함께 당시의 과학기술을 전해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최주 박사팀은 최근 2백만V짜리 텐덤형 가속기에서 발생한 헬륨이온을 역사속에서 우연히 발견된 한 유리구슬에 쏘는 실험을 벌였다. 산란되는 빛을 통해 구슬의 성분을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이 유리구슬은 2년전 국립중앙과학관 정동찬박사팀이 충남 보령시 미산면 평라리 선사유적지에서 발굴해낸 것으로 당시에는 기껏해야 3천년전의 평범한 구슬로 여겼었다.
그러나 유리구슬을 통과한 헬륨이온은 묘한 모양으로 스펙트럼을 형성했다. 유리구슬에 산화납(PbO)이 1.7% 함유되어 있음이 증명됐다. 산화납은 낮은 온도에서 유리를 만들 수 있게 하면서 유리의 내구성을 높여주는 첨가물질. 따라서 산화납의 존재는 유리제조 기술이 매우 앞서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원전 5세기경의 유리구슬에서도 산화납은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실험결과로 유리제조 기술은 중국에서 전래된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독창적으로 개발되었다는 「새로운 역사」를 밝혀낸 것이다.
최박사는 『금강유역에 발달한 청동기문화가 중국에 비해 상당히 앞서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에밀레종으로 불리는 성덕대왕 신종에 대한 연구에서도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김양한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에밀레종은 3백㎐대의 저주파를 종 내부로 되돌려보내는 대신 고주파는 종 밖으로 내보내 매우 오랜시간 은은한 종의 울림을 유지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김교수는 지난해 무려 4시간에 걸쳐 에밀레종을 타종하면서 마치 살아있는 듯 불필요한 주파수대를 제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도의 음향학과 주조학이 빚어낸 신종의 울림 소리는 이 분야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라시대 항아리 단편에서 발견된 유약 성분은 도기역사의 시침(時針)을 뒤로 돌려놓고 있고 경주 석빙고에 대한 연구는 신라시대 냉동학의 주소를 고쳐 쓰게 하고있다.
한국전통과학기술학회(회장 조명제)는 오는 26일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세종대왕 탄신 6백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를 갖고 과거의 기술을 새롭게 조명하는 몇가지 연구결과들을 발표한다.
〈최수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