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이젠 鄭리스트 밝혀라

  • 입력 1997년 4월 8일 20시 08분


지금이야말로 「鄭泰守(정태수)리스트」를 공개할 때다. 정씨로부터 돈받은 정치인을 조사해보고 죄가 되면 공개하겠다는 검찰의 태도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우선 정씨가 돈을 주었다고 진술한 정치인 명단과 그 액수를 일체 가감없이 밝히고 당사자들을 한명도 빠짐없이 공개리에 소환조사해 죄의 유무(有無)를 가리는 것이 순서다. 그러지 않는 한 한보의혹은 절대로 해소되지 않는다. 그저께 한보청문회에서 정씨는 신한국당 金德龍(김덕룡), 국민회의 金相賢(김상현), 자민련 金龍煥(김용환)의원에게 돈을 주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신한국당의 崔炯佑(최형우)의원도 한보 돈을 받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들이 누군가. 차기 대선의 유력한 예비후보거나 당의 실세 또는 중진들이다. 이들이 돈을 받은 게 사실이라면 우리 정치는 근본부터 썩었던 것이고 사실이 아니라면 악덕 기업주의 말 한마디에 국민 모두가 우롱당한 것이다. 이들 외에도 정씨 리스트에는 적게는 20명, 많게는 60명의 정치인 이름이 올라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또 그들의 대부분은 현역 국회의원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심지어 국회해산론까지 나오는 등 민심은 걷잡을 수 없이 술렁이고 있다. 국민대표의 상당수가 이처럼 검은 돈 비리에 연루돼 있다면 정말로 나라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게다가 그런 사람들이 만들거나 고치는 법을 지키라고 말할 처지도 못된다. 정씨 리스트를 지금 당장 밝히라고 촉구하는 것은 돈을 받지않은 많은 정치인들까지 한묶음으로 매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치자금의 흐름은 「국민의 의혹이 없게 공개해야 한다」고 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름이 밝혀진 사람들조차 『억울하다』 『절대 아니다』고 항변하고 있으므로 그 진위(眞僞)를 가리기 위해서도 명단과 액수공개는 불가피하다. 검찰총장은 며칠전 명단을 밝히면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말로 얼버무렸지만 다수 정치인의 명예를 위해서도 정씨 리스트는 빨리 공개하는 것이 옳다. 일부 정치인은 한보 돈을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정태수씨와 상관없이 한보임원과의 친분관계로, 또 공식적인 후원회 기부절차를 거쳐 받았으므로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한다. 사실이 그렇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밝혀져야 한다. 해당 정치인에 대해서는 앞으로 국민이 선거를 통해 심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마냥 명단을 덮어두고만 있으면 의혹은 들불처럼 번져 정치권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다. 검찰의 수사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생명이다.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채 돈받은 정치인 몇명만을 선별해 수사한다면 투명성은 죽는다. 단 1원이라도 한보돈을 받은 정치인은 모두 그 이름을 공개하고 엄정하게 수사한 다음 누군 죄가 되고 누군 안된다고 국민에게 설명해야만 의혹은 풀린다. 정치인들의 한보 연루의혹을 지금 풀지 않으면 정말로 나라가 어려워진다는 점을 검찰은 깨닫기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