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달 네트워크 좌담]국경-거리 뛰어넘어

  • 입력 1997년 4월 1일 08시 08분


[정리〓김승환기자] ▼공성진〓사회가 숨가쁘게 변화하고 산업사회는 이미 성숙기를 지나 빠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정보화일 것입니다. 정보화는 세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현대사회를 상징하는 핵심 단어가 되고 있습니다. 민족의 개념이나 국가의 개념도 바뀌고 있으며 여러가지 눈여겨볼 현상도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정보사회의 특징중 하나인 문화의 다양성, 개성의 추구 등이 한국 사회에도 빠른 속도로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한민족 정보공동체 운동도 이같은 현상에 대한 깊이있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이어령〓인간의 역사는 그동안 물리적 공간에서만 만들어져 왔습니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로 여겨졌던 것입니다. 그러나 정보화는 인류에게 새로운 삶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바로 디지털 세상이 엮어내는 「정보공간」이라는 곳이죠. 지금 인류는 이런 정보공간을 체험하는 첫번째 세대입니다. 21세기 인류는 실제공간보다 정보공간에서 살아가는 시간이 더 많을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바로 문화입니다. 정보는 다른 물건과는 달리 항상 문화적인 틀속에서 만들어지고 나눠지기 때문입니다. ▼임길진〓정보기술은 현대 국가의 많은 모습을 뒤바꿔 놓고 있습니다. 정보통신은 공간이나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또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을 즉시 알 수 있는 실시간대 사회로 세계를 변화시켰습니다. 지구 저편에 있는 사람과 정보를 주고 받는데 1초도 걸리지 않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정보공간에서는 한민족이 공간의 구속없이 즉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의미죠. ▼공〓정보사회에서는 지구촌을 무대로 뛰는 다국적 기업이나 국제적 시민단체가 국가가 하던 일의 일부를 대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산업사회가 정부주도로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보다 다양한 형태의 인간공동체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민족 네트워크 운동입니다. 오대양 육대주에 흩어져 있는 5백22만여명의 한국인도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온라인 민족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한민족 정보공동체운동을 담을 큰 그릇이 바로 「아사달 네트워크」입니다. 아사달은 아침이라는 뜻의 「아」와 공간적 개념이 들어 있는 「달」이 어우러진 말입니다. 시간과 공간을 결합하기 위한 사이시옷이 들어가 아사달로 발음되는 것입니다. 바로 「아침의 나라」라는 뜻이지요. 출발의 땅, 최초의 땅이라는 개념도 들어 있습니다. 아사달은 신화도 아니고 역사도 아닙니다. 정보화의 거친 물결속에서 한국인은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한편 국제화된 세상에서 다른 민족과 더불어 살아갈 길을 찾아야만 할 것입니다. ▼임〓아사달 네트워크는 우선 새로운 정보기술을 이용해 국제화 시대를 살고 있는 한민족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사달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 민족에 필요한 여러 정보를 찾을 수 있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일깨울 수 있는 자료도 듬뿍 가져올 수 있어야겠죠. 또 한민족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평화와 발전에 공헌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네트워크는 공간의 축을 새로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보공간에 네트워크가 만들어짐으로써 사람들은 국경과 거리의 장벽을 훌쩍 뛰어넘어 마치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듯 여러가지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아사달 네트워크는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한민족이 어느 곳에 있든 상관없이 한민족으로 어우러져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네트워크가 공간축을 형성하는 것이라면 데이터베이스는 또 다른 시간축을 만드는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아사달 네트워크가 한민족데이터베이스구축작업과 함께 진행돼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공〓중국이나 이스라엘 등은 오랜 역사와 문화축적을 통해 확실한 민족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도 정보시대를 맞아 다양한 온라인 민족 공동체 활동을 펴고 있습니다. 소위 「민족 회랑」운동을 들 수 있겠습니다. 유태인 연합이나 대중화 연대 등이 대표적인 것으로 꼽히며 일본이나 이탈리아 등도 이에 못지 않은 온라인 문화공동체를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아사달 네트워크 운동은 물질 중심의 공간세계에서는 전혀 체험하지 못했던 정보중심의 공간에서 「한국인을 위한 아침의 땅을 여는 운동」인 것입니다. 곰이 신화의 공간에 들어가 한국인을 창출했듯 이제 한국인은 가상의 정보공간에 들어가 새로운 한국인을 창출할 시기가 왔습니다. 한국인을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하나되게 하는 운동이 바로 아사달 네트워크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임〓해외에 있는 한민족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국을 떠나보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아사달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에 있는 한민족의 힘과 저력을 한데 모아 우리 민족의 발전에 공헌하고 인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해외 교포의 진취적 성향을 충분히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이〓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태도는 아직까지 국토라는 물리적 공간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정보공간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의 민족이라는 개념이 모든 사람에게 뚜렷하게 이해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 세계는 정보공간에서의 영토나누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사달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서부개척시대를 앞장서 나가야 하겠습니다. ▼임〓아사달 네트워크는 민족의 동질성 확보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국제화를 위한 교육의 장으로도 기능해야 할 것입니다. 글로벌시대에는 한민족끼리 얘기를 나눌 때에도 언어장벽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영어 등 국제 공용어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해외 교포 2, 3세에게 우리 말을 가르쳐야 할 필요성도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한글을 모르고는 한민족이라고 얘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공〓요즘 「다물」이나 「장손」과 같은 민족주의적인 주장과 요구가 사회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 지나치게 국수주의적인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같은 민족적 주장과 요구를 슬기롭게 민족의 저력으로 한데 모은다면 21세기에 우리 민족이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봅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