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한보 공판,고개숙인 「깃털」들

  • 입력 1997년 3월 31일 19시 48분


[신석호기자] 31일 오전 서울지법 417호 법정.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들에 대한 변호인측 반대신문이 진행됐다. 지난 1월 구속 이후 구치소에서 2개월이 넘게 지내온 정치인들은 이날 변호인들의 질문 도중 그간의 심경을 「독백」형식으로 털어놓았다. 金佑錫(김우석)전내무장관은 『정치자금으로 알고 돈을 받았다』며 『그러나 내가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건설부장관인 사실을 잠시 잊었던 것이 잘못이었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洪仁吉(홍인길)의원은 『정씨로부터 받은 10억원은 과거부터 고난을 함께했던 어려운 동지들을 도와주는데 사용했다』며 『이번 사건으로 정부와 국민 그리고 오랫동안 모셔온 대통령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黃秉泰(황병태)의원은 다른 의원들보다 긴 시간을 「독백」에 할애, 『나는 조심성과 긴장감이 없는 사람』이라며 『유권자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보통 정치인』이라고 몸을 낮췄다. 『가장 큰 잘못은 친구나 선거구민의 부탁이라면 따져보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승낙하는 것이 저의 자세입니다. 고향후배인 金時衡(김시형)산업은행총재에게도 아무 부담없이 전화를 해주었습니다』 『고향에 신설된 예천전문대의 발전을 위해 후원금 20억원을 약속한 것 때문에 강박감을 갖고 있다보니 경솔하게 돈을 받게 됐습니다』 황의원은 『지역구민들을 위해 한다고 한 일이 결국 지역구에 누를 끼치게 돼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라며 울먹였다. 朴相吉(박상길)검사의 날카로운 추궁이 뒤를 이었다. 『산은에 감사권과 인사권을 갖고 있는 국회 재경위원장이 청탁전화를 했는데 김총재가 전혀 부담을 받지 않았다고 누가 믿을 수 있나요』 『고향의 대학에 거액을 기부한 것은 결국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민들의 표를 얻자는 것이 아닌가요』 황의원은 결국 조그만 목소리로 『예』라고 답변한 뒤 고개를 떨구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