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현장]화가 임옥상씨 「과거」가 보이는 개인전

입력 1997-03-28 08:13수정 2009-09-27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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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언기자] 화가 임옥상씨(48)에게 전시장은 작품을 거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전시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다. 그의 일곱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가나화랑(02―733―4545). 전시장은 모두 4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하나의 방에는 컴퓨터게임이 이루어지고 있다. 화면에는 전현직대통령과 야당총재들의 얼굴이 등장한다. 3당합당 선언, 백담사유배 등 이들에 얽힌 사진과 그림이 걸려 있다. 또 하나의 방에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은 종이부조작품들이 걸려 있다. 문민청와대의 이지러진 모습을 담은 작품도 있다. 바로 옆방 바닥엔 물이 가득 고여 있다. 그 위에 철조망으로 뭉쳐 만든 징검다리가 곳곳에 놓였다. 벽쪽엔 이승만 김구 등 역사적인물이 새겨진 종이부조작품이 걸려있고 젊은이들의 대형사진이 이들을 응시하고 있다. 한쪽엔 분단과 한미관계를 상징하는 시계가 걸려있다. 정적을 깨고 이따끔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마지막 지하전시장에는 그가 평소 그려왔던 사회고발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4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그의 거대한 작품에는 아크릴릭 종이부조 컴퓨터 물 철조망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이 동원된다. 『글에 기승전결(起承轉結)이 있듯이 전시장도 나름대로 개념을 세워 정리해 봤습니다. 무엇보다 관람객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입니다』 임씨는 자신의 전시에 대해 그렇게 설명했다. 『관람객들은 각 전시장을 돌며 뭔가 망각된 과거와 현실을 체험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바닥에 물이 고인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은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역사와 분단을 느끼게 됩니다』 80년대 민중미술운동을 이끌었던 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은유와 풍자로 가득한 사회비판적인 작품들이다. 「보안 안보」 「시화호」 「문민시리즈」 「청와대」 「세계화」 「역사앞에서」…. 전시장 곳곳에 걸린 그림들이다. 마침 단체관람을 온 서울 한양여전 학생들을 세워 놓고 인솔교수가 설명을 했다. 『이 작가의 작품은 모두 사회현실과 관련이 있습니다. 현실인식을 토대로 사회를 향해 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어요?』 학생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 설정한 대주제는 「역사」. 미술평론가 강성원씨는 『그가 역사와 만나곤 하는 이 조우는 지금 우리 시대가 보여주는 몇 안되는 가장 도전적인 예술적 실행중의 하나다. 우리는 한 시대와 한 개인이 만나는 역사의 파노라마, 시대의 예술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시회는 4월4일까지 계속된다. 임씨는 이어 오는 4월10일부터 5월22일까지 미국 뉴욕의 얼터너티브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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