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 기자] 『사정을 듣고 나니 정말 딱하더군요. 저도 6.25때 가족을 남겨놓고 단신으로 월남해 늘 고향(함경남도 갑산)의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는 처지라 목숨을 걸고 사선을 넘어온 젊은이가 나처럼 북녘을 향해 평생 눈물지으며 살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귀순자 洪眞熙(홍진희·28)씨가 북한에 남아있던 일가족 3명을 무사히 홍콩까지 데려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함남중앙도민회 延景植(연경식·63)사무국장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홍씨가 어머니와 두 동생이 북한을 탈출해 홍콩 중국 국경지대인 심천까지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함남도민회 사무실을 찾아간 것은 지난 13일.
『가족을 심천에서 홍콩으로 데리고 나오는데 최소한 5백만원이 든다고 하더군요. 그동안 정부에서 받은 정착금도 조선족 보따리장수 2명을 북한에 들여보내 가족을 탈출시키는데 다 써버렸다고 했어요. 이럴 때 돕는 것이 동포애를 발휘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인 홍씨는 마침 지난해 12월 고려대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하면서 함남도민회 장학금을 받아 도민회와는 인연이 있었다.
연국장은 홍씨의 사연을 이북7도민회 의장단회의에 주요 안건으로 올렸다. 참석자들은 만장일치로 홍씨에게 5백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 홍씨는 기적적으로 하루만에 탈출비용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연국장은 하루빨리 홍씨가 가족과 상봉하는 순간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