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가수 택시기사 임승완씨

  • 입력 1997년 3월 26일 08시 25분


[윤종구기자] 임승완씨(45)의 택시를 탔다면 그날은 재수좋은 날이다. 임씨는 스스로 작사작곡하고 음반취입한 노래를 승객에게 들려주고 노래에 얽힌 배경설명까지 곁들인다. 기분좋은 승객에게는 신나는 노래를, 울적한 승객에게는 차분하면서도 용기를 북돋우는 노래를 선물한다. 승객이 원하면 1천원을 받고 테이프를 팔기도 한다. 그가 이제까지 만든 노래는 3백여곡. 취입한 음반만도 18개나 된다. 하지만 그는 잘나가는 가수도, 이름난 작곡가도 아니다. 3백여곡중 어느 한 곡도 히트한 노래는 없다. 그많은 테이프중 어느 하나도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94년에는 테이프를 내는데 수천만원을 써버려 경영하던 출판사가 부도나기도 했다. 그후로는 돈이 없어 테이프도 못내고 집도 성남의 방 두칸짜리 월세로 옮겼다. 여러 직업을 거쳐 6개월여 전부터는 하루 12시간 이상 택시운전을 하지만 그는 틈만 나면 노래를 부른다. 모두 창작곡이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그는 보통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방언으로도 노래를 한다. 『지금 당장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한 시간에 한 곡씩 작곡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양보다 질에 더 치중할 생각입니다』 그는 음악공부를 정식으로 한 적이 없다. 중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다. 작곡능력은 20세때 기독교 부흥회 행사에서 영적인 경험을 하고부터 생겼단다. 자작곡을 처음으로 악보에 기록한 것은 78년 첫눈 오던 날. 종로거리를 걷다가 첫눈을 맞은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 즉흥적으로 나오는 노래를 노트에 옮겼다. 제목은 「할렐루야 아멘」. 그의 대표곡은 경쾌한 리듬의 가요 「노래하는 인생」이다. 88년 사업에 실패하고 아내와 별거중이던 절망적 상황에서 울면서 만든 노래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이상하게도 밝고 신나는 노래가 나오더군요. 감정의 극단은 서로 통하나 봐요』 이 노래를 짓고부터 그는 가사처럼 즐거운 삶을 되찾았다. 「내마음 기쁠 때나 내마음 슬플 때나… 낭만속에 풍요로운 노래하는 내 인생」. 승객들에게도 주로 이 노래를 들려준다. 1백여곡이 담긴 악보집을 한 권 낸 그는 모두 10권의 악보집을 내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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