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금융 피라미드사기,한탕주의에 눈먼 이성

  • 입력 1997년 3월 20일 20시 08분


이탈리아 동쪽 아드리아해(海)건너편 알바니아는 경상도보다도 작은 유럽 최빈민국이다. 인구 3백50만명의 이 나라가 지금 내전으로 불바다다. 무슨 사상이나 종교 때문이 아니고 단순히 피라미드식 금융사기사건 때문이다. 피해자는 전체 인구의 약 7분의 1인 50만명, 피해액은 국민총생산의 약 30%인 10억달러라고 하니 온나라가 사기를 당한 셈이다. ▼사건내용이 어처구니없다. 1인당 국민소득이 겨우 1천1백달러인 알바니아 국민들은 매월 30%에서 100%까지 이자를 주겠다는 사기회사에 속아 가난한 주머니를 몽땅 털었다. 그러나 뒤에 가입하는 사람의 돈으로 앞 사람의 이자를 충당하는 식이니 곧 들통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부가 이 회사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흥분한 국민들의 무장시위로 이 작은 나라는 지금 무정부상태다. ▼우리나라에서도 피라미드식 금융사기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주부 A씨의 2년전 경험담. 1백50만원으로 한개의 계좌를 개설하고 2명을 더 모집해 오면 6주 안에 4백50만원을 만들어 준다는 말에 홀려 계좌 두개를 개설했다. A씨는 열심히 주변사람들을 끌어 모아 3백만원의 돈이 1억여원까지 불어났다. 그러나 회사가 재투자를 강요해 돈은 한푼도 만지지 못했다. 그는 계좌상 재산증식만 즐기다 결국 원금까지 다 날렸다. ▼며칠전 검찰에 적발된 금융사기사건에는 「테라 리브라」와 「필」이라는 외국 유령회사가 등장한다. 사기 방법은 마찬가지이지만 「겉포장」을 잘 해서인지 고급 공무원 대학강사 중소기업사장 등 그럴듯한 사람들이 피해자라고 한다. 「돈놓고 돈먹기」라는 직설적인 유혹이나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기상천외의 재테크라는 말에 그만 눈이 어두워진 모양이다. 식자층까지 한탕주의에 빠져 이성을 잃었다니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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