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우리를 슬프게 하는 「YS」

  • 입력 1997년 3월 18일 19시 45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안톤 슈나크의 유명한 수필이다. 고대신문에서 재학생 1백80명을 대상으로 「인간복제에 대한 의식」을 주제로 설문조사한 결과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복제해서는 안될 인물」1위로 뽑혔다는 보도는 정말 「우리를 슬프게 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복제해서는 안될 인물」의 순위다. 김대통령이 히틀러 김일성 이완용 등 보다 더 「복제해서는 안될 인물」로 꼽힌 것이다.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김대통령이 「복제해서는 안될 인물」부분의 1위를 차지했다는 단순한 사실이 아니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형편없이 추락하고 찢겨지는 작금의 현실인 것이다. 그것은 김대통령 개인의 불명예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부끄러움이자 수치다. 명동에서 일한다는 한 시민은 18일 오전 이런 전화를 걸어왔다. 『학생들이 너무 한 것 아닙니까. 김대통령이 잘못한 것이 있더라도 히틀러 김일성 이완용보다 더 나쁜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은 지각있는 태도가 아니라고 봅니다』 고려대 86학번이란 독자는 또다른 의미에서의 「충격」을 전해왔다. 『김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요즘 시국 탓이려니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예요. 하지만 박정희대통령이 「복제하고 싶은 인물」6표를 얻어 3위를 차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더군요. 요즘 학생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게됐는지 모르겠어요』 박정희군부독재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워 문민시대를 열었고 취임초 각종 여론조사에서 역대 대통령중 최고의 지지를 받았던 김대통령에게는 그래서 이번 설문조사 결과가 더욱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고대신문의 설문내용이 보도된 날 본사 사회부로 많은 독자의 전화가 걸려왔다. 조사결과에 대한 공감보다는 염려와 걱정의 전화가 더 많았다.「혹독한 민심」외에 「선한 민심」도 적지 않음을 감지한다. 오명철기자<사회1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