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쉬움 남긴 동아마라톤

  • 입력 1997년 3월 16일 20시 03분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역주가 끝났다. 또 한번의 한국신기록을 기대했던 97동아국제마라톤은 그러나 한국최고기록을 경신하지 못했고 대회기록도 바꾸지 못했다. 그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날 선수들의 역주는 마라톤의 정수를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세계의 철각들과 겨뤄 당당히 영예의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의 아벨 안톤, 준우승자인 브라질의 반델레이 리마는 물론 최선을 다해 달려준 모든 참가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96후쿠오카마라톤 우승자인 李鳳柱(이봉주), 96베를린마라톤 1위 아벨 안톤, 96도쿄마라톤 1위 반델레이 리마 외에도 세계 정상급 선수가 다수 출전했다. 어느 대회보다 좋은 기록이 예상되었고 대회사상 10번째의 한국신기록수립까지도 기대했었다. 그러나 날씨가 변수였다. 섭씨 4∼5도의 쌀쌀한 기온에다 초속 5∼6m의 바람까지 불어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자신의 최고기록이 2시간7분35초인 에티오피아의 아베베 메코넨은 이번 대회에서 2시간12분45초로 3위, 역시 94원년대회에서 2시간8분33초로 우승했던 마누엘 마티아스는 2시간12분51초로 4위를 차지했고 우승과 준우승자인 안톤과 리마의 기록도 2시간12분37초와 2시간12분41초로 자신의 최고기록보다 4분이상 뒤졌다. 한국의 마라톤 영웅 이봉주와 자신의 마라톤 생애 마지막 도전의 각오를 다졌던 金完基(김완기), 차세대 기대주 金鎔(김이용) 등이 시종 무기력한 경주끝에 등외로 밀려난 것은 유감이다. 마라톤이 비록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록과 순위의 경쟁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68년 전통의 동아마라톤은 명실상부한 신기록의 산실로 커왔다. 국제대회로 승격된 지 불과 4년 만에 세계 유수의 마라톤대회인 런던 뉴욕 보스턴 로테르담대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도 훌륭한 기록때문임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동아국제마라톤 우승기록 2시간8분25초와 준우승기록 2시간8분26초는 작년시즌 내내 랭킹 1,2위를 지켰다. 세기의 철각들이 벌이는 기록 경쟁의 장(場)이자 전세계 마라톤 애호가들의 축전으로 자리잡은 97동아국제마라톤 한마당 잔치는 끝났다. 1천8백여명의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이 세계의 마라톤 영웅들과 함께 달린 마스터스대회도 성공적이었고 백혈병 어린이를 돕기 위한 「1m1원」 사랑의 레이스도 국내외의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마라톤 강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굳건히 지켜내고 마라톤을 생활체육으로 확대보급, 진흥시키는 일은 영원한 과제다. 마라톤 인구의 저변확대, 훌륭한 선수들의 발굴 육성도 시급하지만 무엇보다 국민들의 뜨거운 성원과 폭넓은 관심이 요청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