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핵쓰레기 北반입 절대 안된다

  • 입력 1997년 3월 15일 19시 56분


거듭 촉구한다. 북한은 대만 핵쓰레기 반입계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우리는 민족적 자존심에 입각해 북한의 대만 핵폐기물 반입에 반대한다. 한반도는 우리 민족이 대를 이어 살아갈 터전이다. 후손들에게 핵오염의 후유증과 민족적 수치심을 유산으로 물려주어서는 결코 안된다. 북한은 이미 황해북도 금천군 폐광에 대만 핵쓰레기를 묻기로 하고 영구폐기장 건설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은 국제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내 대만 핵쓰레기 반입을 강행할 계획이며 시기도 임박했음이 분명하다. 權寧海(권영해)안기부장은 14일 국회에서 금천광산에 대만 핵쓰레기를 묻을 경우 단층대의 틈새나 지하수맥을 통해 서울 등 수도권까지 방사능오염 가능성이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실로 민족생존차원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북한 땅이 대만 핵쓰레기장이 되는 데 반대하는 첫째 이유는 이 일로 민족적 자존심이 깊은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하찮은 생활쓰레기마저도 자기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자기집에서 처리하는 게 상식이다. 만약 자기집 마당에 남의 집 쓰레기가 버려진다면 누구나 모멸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하물며 남의 나라 쓰레기를, 그것도 환경오염 위험이 높은 방사성 폐기물을 돈을 받고 들여다 자기 마당에 묻는다는 것은 나라와 민족의 자존심은 물론 민족 대대의 생명과 건강을 파는 행위다. 대만의 입장에서 보아도 핵폐기물의 타국 반출은 국가의 양심을 파는 것과 다름 없다. 이 일은 두고두고 한민족(韓民族)과 대만정부의 수치가 될 것이다. 대만이 북한에 1단계로 반출하려는 핵폐기물은 6만드럼이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온 저준위(低準位)핵폐기물을 시멘트 속에 굳혀 드럼통에 넣은 것이기 때문에 방사선 방출량이 비교적 적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을 대량으로 묻은 땅 속에 물이 차기라도 한다면 드럼통과 시멘트 부식으로 많은 양의 방사성 물질이 땅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 더욱이 한번 길이 트이면 대만이 고준위 핵폐기물까지 반출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운반도중 해상에서 사고라도 난다면 동북아시아 해역이 방사능에 오염될 위험도 크다. 북한이 대만의 핵쓰레기를 처리하면서 받기로 한 대가는 1단계로 7천5백만달러, 2단계를 합쳐도 2억달러가 조금 넘는다. 그 정도에 민족의 자존심과 후손의 건강을 판다는 것은 죄악이다. 궁핍한 외환사정 때문이라면 달리 해결방법을 찾을 수도 있는 일이다. 미국도 대만 핵폐기물의 북한 반입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환경단체와 국제기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관계개선이야말로 북한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북한은 대만 핵쓰레기 반입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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