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성민자/성큼 다가온 봄… 설레는 마음

  • 입력 1997년 3월 15일 08시 09분


알싸한 바람 냄새가 좋아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집안 일을 한다. 겨우내 미루어 놓았던 일들을 하면서 머릿속은 이궁리 저궁리에 바쁘다. 작은 아이 조끼가 필요하고 큰 아이에게는 침대를 사서 방을 예쁘게 꾸며주고 싶고…. 그런데 여유가 없다. 모두들 열심히 사는데 나만 뭔가 싶어 시간을 쪼개어 일을 가져볼까 생각해 보지만 만만치가 않다. 에라, 이것 저것 접어두고 소쿠리를 챙겨들고 뒷산에 올랐다. 벌써 연초록의 생명들이 다투어 나를 맞는다. 버들개지의 부스스한 털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햇빛에 반짝인다. 발 밑에서는 낙엽들이 바스락 거리고 있다. 새 쑥이 얼마나 돋아났을까. 낙엽들을 헤치고 보니 지난 가을 말라 버린 뿌리를 딛고 뾰족이 새순이 돋아 있었다. 주위의 낙엽더미 속을 헤쳐보니 여리고 길다란 쑥들이 듬성듬성 솟아났다. 그것들을 손으로 뜯어 소쿠리에 담으니 향긋한 쑥냄새가 손에서 묻어난다. 탁탁 소리에 놀라 소나무 가지를 올려다보니 청설모 두마리가 까만 눈동자를 굴리더니 잽싸게 다른 나무로 몸을 날린다. 쉴새 없이 짹짹거리며 가시덤불 사이를 들락날락 하며 새들은 바쁘기만 하다. 산 냄새와 바람 냄새에 취해있다가 문득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옹기종기 펼쳐진 인간세계도 아름다워 보인다. 아, 봄은 참 좋은 계절이로구나. 성민자 (경북 울진군 울진읍 소라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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