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20)

  • 입력 1997년 3월 9일 09시 36분


제7화 사랑의 신비〈6〉 왕은 왕비를 사형에 처하라고 판결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왕비를 끌어냈다. 왕비는 눈물과 고뇌로 쇠약해져 있었다. 그녀의 그러한 모습을 보자 왕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왕은 왕비의 그 가엾은 모습을 차마 보고 있을 수 없어 그녀로부터 외면을 한 채, 여자를 궁전 안 외진 구석에 가둬라고 명령했다. 그 후로 왕은 왕비를 다시는 만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여자와도 잠자리를 함께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불쌍한 세 아이의 어머니는 어두운 지하 감옥에 갇혀 지상의 온갖 고통을 맛보게 되었다.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던 두 언니는 그녀들의 증오심이 만족되었으므로 이제 아무런 마음의 고통도 없이 남편들이 만드는 요리와 과자를 맛볼 수 있었다. 한편 강물에 떠내려 보낸 세번째 아이로 말할 것 같으면 그 아이도 두 오빠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인정 많은 정원사에 의해 구출되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정원사 부부는 이 일이 어떻게 된 것인가 하는 데 대해서는 눈치도 채지 못했다. 그들 부부는 이 모든 것이 알라를 향한 그들의 기도가 회답이 온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기뻐할 따름이었다. 그리하여 공주는 왕자인 두 오빠들과 함께 정원사 부부의 온갖 사랑을 받으며 길러졌다. 세월은 흘러갔다. 세월은 죄없는 사람의 머리 위에도, 죄 지은 사람의 머리 위에도 똑같은 속도로 흘러가면서 그들의 운명을 준비하고 있었다. 뜻하지 않은 운명의 장난으로 금원의 정원사 양자가 된 세 아이들도 세월과 함께 무럭무럭 자라나면서 그 뛰어난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원사는 장남을 파리드, 차남을 파루즈, 그리고 딸을 파리자드라고 불렀다. 세 아이는 하나같이 아름다웠다. 위로 두 사내 아이는 그 아름다운 얼굴과 영롱한 눈빛, 그리고 그 기품 있는 태도로 인하여 흡사 숲 속에 뛰노는 사슴 같았다. 그러나 더욱 아름다운 것은 딸이었다. 그 아이의 아름다움은 신비하기 이를 데 없었으니 머리털은 한쪽이 금빛으로, 다른 한쪽은 은빛으로 빛났다. 더욱 신기한 것은 그 아이가 울 때 그 눈물은 진주였고 그 웃음은 디나르 금화였다. 그리고 그 미소는 붉은 입술 위에 피어오르는 장미꽃 봉오리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소녀를 「장미의 미소 파리자드」라고 불렀다. 그 아름답고 영리하고 상냥하며 또 오빠들과 함께 말을 타고 사냥을 할 때 활을 쏘거나 창을 던지는 솜씨, 우아한 태도 등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경탄해 마지않았다. 그 아름다운 소년 소녀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지고지순했던 왕과 왕비의 사랑이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케 하고 인간에게 이런 사랑을 가능케 했던 알라를 새삼스레 찬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왕자와 공주는 금원의 정원사 부부에 의해 이렇게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정원사 부부도 아이들의 애정에 둘러싸여 그들의 아름다움을 대견해 하며 행복해 했다. 날이 어두워지면 그들 부부는 촛불을 가운데 두고 도란도란 코란을 독송하는 세 아이들의 목소리를 더없이 흐뭇한 마음으로 엿듣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정원사의 아내는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남편보다 먼저 죽고 말았다. 그녀의 죽음은 그들 모두에게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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