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안테나]이근욱,직장사표후 7인제 럭비선수권 출전

  • 입력 1997년 3월 3일 08시 32분


[이훈기자]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달 홍콩에서는 제2회 월드컵 7인제 럭비선수권대회(21∼23일)가 열리고 럭비가 국민스포츠인 홍콩은 이미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월드컵은 치열한 지역 예선을 거쳐 올라온 24개 럭비강국이 자웅을 겨루는 전세계 럭비인의 축제. 한국은 지난해 6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벌어진 이 대회 예선에서 세계 24개국중 당당히 4위를 차지하며 월드컵 본선티켓을 따냈다. 천대받는 비인기종목으로 변변한 전용구장 하나 없는 한국 럭비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는 눈물과 땀방울로 일궈낸 「기적」. 이번 대회 한국팀의 핵심 멤버로 뛰게 될 이근욱(28)은 최근 자신의 소속팀 포스코캠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가 대회를 앞두고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국내에 세개뿐인 실업팀가운데 하나인 포스코캠이 지난해 12월 재정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해체됐기 때문. 비인기종목이라는 설움속에서도 묵묵히 땀을 흘리던 포스코캠 소속 18명 선수들이 하루아침에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된 것은 물론이다. 이들은 현재 회사측으로부터 대기발령을 받은 상태로 곧 일반 사무직에 배치되거나 직장을 떠날 예정. 그러나 이들 18명중 유일한 국가대표인 이근욱은 대표팀 합숙훈련과 대회 참가 등으로 현재로선 회사 근무가 불가능한 상태. 직장을 옮기려 해도 그를 선뜻 받아주겠다는 팀도 없다. 그렇다고 큰 대회를 앞두고 럭비를 포기하고 대표팀을 떠날 수도 없다. 고심하던 그는 럭비를 택했다. 월드컵대회 출전과 함께 3학기가 남은 영남대 교육대학원을 마치고 체육교사 자격증을 따는 것이 그의 꿈이다. 팀이 해체되지 않았다면 올해 장가들 예정이던 그는 『약혼자에겐 미안하지만 이제 결혼도 미뤄야 할 형편』이라며 씁쓸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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