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PGA투어]앨린 대타 출전,얼떨결에 우승

  • 입력 1997년 2월 25일 08시 01분


「얼떨결에 대타로 출전해 우승까지…」.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포병장교출신인 버드 앨린(52)이 엔트리 마감 5분전에 대타로 출전했다가 정상에 올라 화제. 앨린은 지난 70년 미국PGA투어에 데뷔, 76년까지 5승을 거두며 꾸준한 성적을 올렸지만 이후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지난 94년에는 시니어투어에 입문했으나 여전히 부진, 골퍼들의 뇌리에서도 잊혀져 갔다. 그러던 그가 24일 미국 플로리다주사라소타 프레스탄시아 TPC코스(파 72)에서 끝난 97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초청 골프대회에서 합계 11언더파 2백5타로 시니어무대 데뷔 3년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것도 예비선수로 대기하던 중 마감 5분전에 출전을 포기한 기비 길버트를 대신해 나섰다가 일궈낸 우승이기에 더욱 극적이었다. 전날 2위 짐 콜버트에게 3타차로 앞선 채 2라운드를 끝내고 대회 최종일을 맞았지만 자신을 포함, 아무도 그의 우승을 믿지 않았다. 초반 3개홀에서 2개의 버디로 기분좋게 출발한 앨린은 17번홀에서 파퍼팅에 실패, 이미 경기를 끝내고 자신의 플레이를 지켜보던 지난해 상금왕 콜버트에 불과 1타 앞서는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마지막 18번홀(142m 파3). 6번 아이언을 잡고 티샷한 공은 맞바람탓에 제대로 날지 못하고 홀컵 18m 앞 그린 에지에 떨어졌다. 그러나 그는 침착한 오르막 퍼팅에 이어 파로 경기를 마무리, 짜릿한 「대타우승의 드라마」를 엮어냈다. 앨린은 『홀컵까지 18m가 마치 3㎞는 되는 것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며 『지금도 우승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감격해 했다. 상금은 18만달러. 그동안 골프에서 벌어들인 어느 한해의 상금 보다 많은 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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