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멕시코]인디언들의 비참한 몰락

  • 입력 1997년 2월 24일 20시 23분


멕시코 생활 3년을 마감하면서 절실히 느끼는 것은 인디언들에 대한 가련함이다. 16세기 스페인 정복군이 침입하기 전에 이 땅의 주인이었으나 과거 찬란했던 마야문명이나 아즈텍문명의 후광을 정복자들에게 넘겨주고 소수 비주류가 되어 한계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디언들. 과연 이들도 멕시코인의 범주에 드는지 반문하게 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인디언 문명의 대표적인 자취는 멕시코 전국에 걸쳐 산재해 있는 피라미드에 남아 있다. 태양신을 주신으로 섬긴 이들은 피라미드를 왕의 무덤으로 사용한 이집트와는 달리 신전으로 사용했고 이를 중심으로 정치 종교 문화의 장을 펼쳐왔다. 수레를 사용하지 않고 지은 거대한 피라미드에 0을 비롯한 숫자나 달력 등 각종 경이로운 수학 과학 우주원리가 담겨 있다. 오늘날 미국 항공우주국이 아즈텍 태양력을 우주개발에 참고할 정도라니 그들 문명의 우수성을 짐작할 만하다. 인디언 유적은 연간 수십억달러의 관광수입을 가져다주고 현대 멕시코인들은 고대 인디언문명에 대해 침이 마르게 찬사를 보내고 있지만 순수 인디언들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산악지대나 동굴 빈민촌으로 밀려나 현대 멕시코인들이 누리는 삶의 수준, 교육 의료혜택 문화 등에서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다. 하루에 3달러 이하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요즘은 찾아보기도 힘든 구시대의 전염병에 시달리고 있다. 순수 인디언은 약 6백60만명으로 멕시코 전체인구 9천3백만명의 7%를 차지함에도 정부와 사회단체는 이들을 포용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인디언들의 유적 덕택으로 연간 수십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현대 멕시코인들.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동굴에서 가축과 함께 기거하면서 멕시코인들의 관광대상으로 전락한 인디언들. 이들의 삶을 비교하면서 뒤바뀐 역사의 아이러니를 실감한다. 김인수 (멕시코무역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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