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09)

  • 입력 1997년 2월 24일 20시 23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 〈99〉 수다쟁이 이발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다섯번째 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돈과 물건을 모조리 독차지해버린 총독은 그러나 마음이 놓이지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이 행여 국왕의 귀에 들어갈까봐 겁이 났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형을 불러 말했습니다. 「너는 이 도시를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교수형에 처할 것이다」 그리하여 형은 정든 고향을 버리고 정처없는 방랑길에 오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도중에 형은 강도를 만나 깝대기를 벗기우고 얻어맞은 데다가 귀까지 잘리는 고통을 당했습니다. 형의 불행한 신세를 전해들은 저는 곧 형의 뒤를 쫓아갔습니다. 그리고 남몰래 집으로 데리고와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대어주고 있습니다』 이발사는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일단 입을 다물었다. 듣고 있던 왕은 몹시 흡족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거 참 기구한 운명이로다』 왕이 이렇게 말하자 이발사는 말했다. 『충성된 자의 임금님이시여, 그러나 저의 여섯번째 형 이야기를 들으시지 않고는 제가 얼마나 입이 무겁고, 주제넘게 남의 일에 간섭하는 일도 없고, 그리고 예의 바른 인간인가 하는 걸 아시기에는 충분하지가 않습니다』 그러자 왕은 말했다. 『그대의 여섯번째 형 이야기라고? 어디 이야기해보라. 그것마저 들어보고 싶구나』 그리하여 수다쟁이 이발사는 자신의 여섯번째 형의 신세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의 여섯번째 형 샤카시크는 별명이 덜렁이인데, 위 아래 입술이 썰려나간 사나이랍니다. 전에는 잘 살았습니다만 운수가 나빠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어느날 형은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구걸을 하러 나갔다가 으리으리한 저택 하나를 발견하고는 그 집 앞으로 갔습니다. 입구에는 커다란 별채가 있고 거기에는 내시들이 문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형은 빈둥거리고 있는 내시 하나를 붙들고 이 집이 대체 누구네 집이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여기가 바르마키가의 저택이라는 것도 몰랐어?」 내시가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댁이 바로 그 유명한 대신 바르마키 나리의 댁이란 말인가요?」 「그렇다네. 그런데 당신은 대체 무슨 일로 왔지?」 내시가 이렇게 묻자 형은 주뼛거리며 말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구걸을 하는 사람입니다. 알라를 위하여 적선을 하시라는 부탁을 드리려고」 「그렇다면 들어가보게. 이 정문으로 말야. 주인이신 대신한테서 무엇이든 소원대로 얻을 수 있을거야」 문지기 내시가 이렇게 말하자 처음에 형은 농담인줄로만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지체높은 대신 댁에 거지를 넣어주리라고는 기대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내시는 형에게 들어가 보라고 재촉했습니다. 그리하여 형은 대신 댁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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