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서봉수는 누구]「된장바둑」의 끈질긴 승부사

  • 입력 1997년 2월 24일 07시 40분


세계 신기록의 사나이 徐奉洙(서봉수·43)9단. 국가대항전 바둑대회에서 혼자 9연승을 거두고 우승컵을 안은 그는 「한국 바둑」의 상징이다. 세계의 바둑 도장(道場)인 일본땅을 밟아보지도 않고 홀로 동네에서 닦은 실력으로 세운 세계신기록이기에 더욱 값져 보인다. 93년 응창기배 우승이후 두번째 큰 세계제패다. 그는 93년이후 줄곧 성적이 곤두박질쳐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曺薰鉉(조훈현) 李昌鎬(이창호) 劉昌赫(유창혁)에게만 당한 게 아니라 무명 신인들에게도 한없이 지고 무너졌다. 작년 승률은 부끄럽게도 거의 반타작에 가까운 31승27패. 그러나 이번에 「꺼진 불을 다시보라」는 듯 일본 중국의 정예9명을 줄줄이 뉘었다. 그는 중학 3학년때 처음 바둑을 배웠다. 일년만에 동네 1급이 된 그는 고3때인 70년 프로 입단대회를 통과했다. 19세때인 72년 2단으로 오르자 마자 명인전 도전자가 되어 주목을 받았다. 더 놀라운 것은 趙南哲(조남철)명인을 누르고 명인 타이틀을 따낸 것. 그것은 바둑계 수십년 역사상 「경악의 사건」으로 기록된다. 「된장 바둑」 「잡초 바둑」 「야생마」의 위대한 승리였다. 세련되고 유식하지 못한 만큼 그의 바둑은 실전적이고 끈기와 힘을 품고 있다.천하의 조―이―유도 『서봉수는 그나름의 바둑이 있고 그걸로 세계앞에 우뚝 섰다』고 평한다. 이번 9연승 신기록의 과정도 드라마 그 자체다. 아홉판 승부 가운데 네번이 역전승이요, 운세의 작용이라는 반집승도 세판이나 되었다. 94년 통산 1천승 돌파. 취미는 당구(3백점), 건강관리를 위해 수영 등산도 즐긴다. 95년부터 종로2가에 바둑도장을 열고 문하생을 가르치고 있다. 〈김승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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