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86〉
수다쟁이 이발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셋째 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기둥에 묶인 형은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알라께 맹세코, 저희들 중에는 눈이 보이는 축복을 받은 자는 없습니다. 저희들을 매질하여 저희들 눈을 뜨게 해주시겠다면 얼마든지 매질을 하십시오」
「이런 괘씸한 놈. 그래도 거짓말을 하다니!」
총독은 노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고 관리들에게 매질을 하도록 분부했습니다. 그리하여 관리들은 형이 기절할 때까지 매질을 가했습니다. 형이 기절하는 걸 본 총독은 소리쳤습니다.
「아주 지독한 놈이로군. 정신을 차릴 때까지 내버려뒀다가 정신이 들거든 또 때려라」
그리고 총독은 다른 두 사람의 소경들에게도 각각 삼백 대 이상의 매질을 하도록 했습니다. 관리들의 매질이 가해지는 동안 곁에 섰던 그 가짜 소경은 짐짓 자신의 동료들이 염려가 되기라도 한다는 듯이 연방 이렇게 부르짖었습니다.
「눈을 떠! 그렇게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다간 언제까지나 매를 맞을 거야」
그러나 아무리 매질을 한다고 해도 소경들이 눈을 뜰 리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되자 가짜 소경은 자신이 저질러 놓은 일이 은근히 염려가 되는지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이놈들이 남들 보기가 창피해서 좀처럼 눈을 뜨지 않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다른 증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저와 함께 사람을 보내주십시오. 그러면 저희들이 훔친 일만 이천 디르함의 돈을 가져오겠습니다. 그걸 보시면 제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걸 아시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총독은 돈을 가져오게 하였습니다. 총독의 부하들은 돈을 가져왔고 그것을 본 총독은 모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가짜 장님 노릇을 했던 그 고약한 주인에게는 그가 주장한 몫 삼천 디르함을 나누어주고 나머지는 모두 총독 자신이 가졌습니다. 그런 다음, 끝내 눈을 뜨지 않는 세 사람의 소경은 도성 밖으로 추방하였습니다.
충성된 자의 임금님이시여! 이 소식을 들은 저는 형의 뒤를 쫓아갔습니다. 그리고 몰래 형을 데리고 돌아와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두고는 먹을 것을 대어주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난 수다쟁이 이발사는 일단 입을 다물었다.
『거참 기구한 이야기로다』
왕이 말했다. 그러자 이발사는 다시 말했다.
『그렇지만 임금님. 제가 얼마나 말수가 적고, 입이 무거운 사람인가 하는 걸 아시려면 저의 넷째 형 이야기를 들어보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자 왕이 말했다.
『그렇게 하라. 나는 그대의 넷째 형 이야기를 들어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겠다』
『충성된 자의 임금님. 저의 넷째 형으로 말할 것 같으면 워낙 말이 많은지라, 이름은 알 쿠즈 알 카스와니라고 부른답니다. 말하자면 「목이 긴 병」이라는 뜻이지요. 이 형 또한 애꾸눈이었답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