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95)

  • 입력 1997년 2월 10일 20시 08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85〉 수다쟁이 이발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셋째 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구경꾼들이 모여들자 침입자인 주인은 두 눈을 딱 감은 채 소경 흉내를 내며 외쳤습니다. 「회교도 여러분! 알라와 총독님의 가호를 빌며, 저는 하소연할 말씀이 있습니다」 그때 갑자기 경비병들이 들이닥치더니 일동을 붙잡아 총독의 저택으로 끌고 갔습니다. 총독은 네 사람의 소경을 굽어보며 물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냐?」 그러자 주인이 나서서 말했습니다. 「총독님이시여! 당신의 손으로 찾아내어주십시오. 저희들은 고문이라도 하지 않는 한 한마디도 불지 않을 것입니다. 먼저 저를 매질하시고 그 다음으로는 우리 두목을 매질하십시오」 주인은 이렇게 말하면서 곁에 있는 저의 형을 가리켰습니다. 「그렇지만 죄목이 무엇인지 알아야 매질을 할 거 아니냐?」 총독이 말했습니다. 「죄목이라고요? 총독님께서는 저희들을 매질하지 않는 한 저희들이 저지른 그 저열한 죄상들을 결코 캘 수 없을 것입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총독은 일단 소경들을 매질하게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주인을 엎어놓고 곤장 사백 대를 먹이도록 분부하였습니다. 그렇게 되자 주인은 그 아픔을 못이겨 한쪽 눈을 떴습니다. 그걸 보자 관리들은 더욱 세찬 매질을 가했고 주인은 끝내 다른 한쪽 눈도 떴습니다. 그걸 보자 총독은 말했습니다. 「너 이놈,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소경 흉내를 내더니 이제서야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그래, 대체 어떻게 된 거냐?」 그제서야 주인은 말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저희 네 사람은 소경을 가장하고 사람들을 속여 남의 집을 드나들면서 베일을 벗은 여자들 얼굴을 훔쳐보기도 하고, 타락하게끔 일을 꾸미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이제 일만 이천 디르함에 달하는 돈을 벌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이 친구들에게 제 몫의 삼천 디르함을 달라고 했습니다만, 놈들은 저를 마구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알라와 당신께 구원을 청했던 것입니다. 제 몫의 돈을 이 비열한 놈들에게 주느니보다는 차라리 당신께 바치고 싶은 것입니다. 제 말이 사실인가 아닌가 하는 것을 알아보시려면 이놈들에게 저보다 더 많은 곤장을 내리신다면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그렇게 하면 이놈들도 모조리 눈을 뜰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세 사람의 진짜 소경, 형과 형의 두 친구들은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총독에게 방금 주인이 말한 것은 모두 거짓말이며 그는 자신들의 돈을 훔치려고 들어왔다가 붙잡히게 되자 이런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소용이 없었습니다. 총독은 형부터 먼저 신문하라고 명령하였고, 관리들은 형을 기둥에 묶었습니다. 「이 버러지만도 못한 놈, 네놈은 알라께서 주신 소중한 선물을 악용하여 소경으로 가장하고 있는가?」 총독은 형을 향하여 준엄하게 꾸짖었습니다』 <글 : 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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