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이맘때쯤 낯선나라 러시아 땅을 밟았다. 선교학을 전공하는 터라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신앙만을 가지고 무작정 선교실습 여로에 올랐던 것이다.
그곳에서 몇가지 간단한 코스를 밟고 실습을 시작했다. 책자 몇권을 들고 첫행선지인 고리키거리를 누볐다. 만나는 사람마다 『지금 이나라 학생들에겐 무엇보다 참교육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나름대로 세미나를 준비했으니 참석과 아울러 많은 협조를 부탁합니다』고 했다. 하지만 가끔 들리는 러시아 사람들의 비아냥조의 말은 실로 비통을 금치 못하게 했다.
『너희 나라나 가서 잘해라』는 보통이고 『대통령도 간수하지 못하면서 어디서 교육을 하려느냐』(전,노 대통령 비자금 사건), 또는 『가서 건물이나 잘 붙들고 있지』(삼풍 붕괴사고) 등의 소리를 들으면서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너무 화가 났고 분했지만 솔직히 부끄러움도 떨쳐버릴수 없었다.
외국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나를 욕하는 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지만 조국을 욕하는 건 정말 참을 수 없다. 하지만 사실이 그런데 어떻게 하랴. 나라의 수치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 퍼져있는 모든 동포들에게도 파급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겠다.
요즘 노동법 날치기 처리에 이은 한보문제를 보면서 외국에 나가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큰 수치감을 느껴야 할지 걱정이다.
박연성(인천 남동구 간석1동 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