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런던〓김희경 기자] 『운전을 하면서 여자라는 이유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적은 단 한번도 없어요』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화장품가게 점원인 파비안 쿠르탱(28)은 운전경력 10년의 여성운전자.
파비안은 남성운전자들의 공격적인 운전태도때문에 난처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상황이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파비안은 출퇴근때 자주 샤를드골광장의 개선문 주변 원형 교차로를 지난다. 이곳에는 10여개의 도로가 방사선형으로 교차하지만 신호등이 하나도 없다.
그는 『신호등이 없는 원형 교차로를 지날 때는 양보운전이 필수적』이라며 『여성운전자가 끼어드는 것을 참지 못하는 남성운전자가 있다면 원형교차로는 단 한시간도 운영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운전면허를 취득한 여성이 지난 75년 29%에서 85년 41%, 95년 55%로 증가하고 있는 영국에서도 여성운전자를 위협하는 남성운전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영국은 지난 92년 위험운전자에 대한 면허 재시험제도를 도입하는 등 운전자에 대한 안전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런던에서 2년째 살고 있는 주부 이연희·(35)씨는 서울에서 3년간 운전을 해본 경험이 있지만 차량의 진행방향이 거꾸로인 런던에서는 초보운전자나 마찬가지인 상황에 처했다.
이씨는 『차도를 바꾸기위해 방향등을 켜면 거의 모든 운전자들이 속도를 늦추며 기다려주는 등 서울에서 초보 여성운전자가 겪는 온갖 험악한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다』며 『문화의 차이를 실감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