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해 야당은 일체의 장외(場外)공세를 그만두고 무조건 국회에 들어가 국정조사를 통해 한보의혹의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 여야는 지금 검찰 수사에만 촉각을 곤두세울 뿐 진상규명이나 사태해결을 위한 노력은 뒷전이다. 당장 국회를 열어 국정조사권을 발동해도 한보의혹을 제대로 밝힐지 의문인데 장외에서 서로 협박만 일삼고 있다. 여야 정치권 모두가 국회소집 문제를 놓고 지연전술을 펴는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속셈들인가. 야당부터 빨리 국회에 들어가는게 옳다.
검찰은 이미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金大中(김대중)국민회의 총재의 최측근들이 한보로부터 거액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수사 대상에 오를지 예측하기 어렵다. 누가 돈을 받았고 압력을 행사했느냐는 의혹은 물론 한보의 정치인 로비 수사는 일단 검찰에 맡겨 두어야 한다. 그럼에도 야당이 검찰 수사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면서 국회소집에는 소극적이고 전면적인 장외공세에만 나서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국민대표기관으로서 국회가 다뤄야 할 사안은 많다. 한보철강의 당진제철소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적정투자 비용은 3조원 상당인데도 2조원이 과(過)투자됐거나 유용됐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누가 외압(外壓)을 넣었는지 그 실체를 밝히는 일이 근본문제지만 은행대출금의 유용 및 비자금조성 여부를 둘러싼 의혹을 따지고 파헤치는 것도 국회 국정조사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이다.
제철소가 정상조업을 하기까지 소요될 기간과 자금에 대해서도 정부와 전문가들간의 의견이 엇갈린다. 기술도입 인가를 비롯한 제철소의 과거는 물론 앞으로 추가지원 비용의 규모와 완공후 생산의 안정성 및 경제성 등 장래문제도 철저히 추궁해야 한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김대중총재의 최측근인 權魯甲(권노갑)의원이 거액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고부터 더욱 감정적으로 치닫고 있다. 한보사태 20대 의혹을 터뜨리고 당내에 비리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국회를 열어 국조특위가 해야 할 일을 장외 선전공세용으로 끌어내고 있다. 특히 김대중총재가 왜 자꾸 이러는지 모르겠다. 측근인 권의원이 한푼도 안받았다고 했다가 억대를 받았다고 뒤늦게 실토했는 데도 사과는 커녕 돈받은 것이 당연한 것처럼 전면전 운운하며 오히려 공세로 나가니 염치없는 일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국회를 기피하는 듯한 여당 자세를 바로잡으려면 야당이 설연휴 직후에 무조건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 특별검사제를 양보했으니 여당도 성의를 보이라는 주장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빨리 국회를 열어 국조권을 발동하고 모든 것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야당이 국회 밖에서 계속 소리나 지르고 진상규명과는 딴길로 나간다면 정치는 물론 3김은 몰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