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뉴욕]시민불편 안주는 경찰태업

  • 입력 1997년 2월 3일 20시 17분


요즘 미국 뉴욕에서는 교통법규 위반을 단속하는 경찰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운전자들이 교통법규를 잘 준수하기 때문이 아니라 경찰관들이 태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친절하기로 세계에서 이름난 뉴욕경찰이 요즘에는 주차위반 차량을 보고도 딱지를 뗄 생각은 않고 농담 몇마디만 하고는 사라진다. 보통때 같으면 사소한 실수로 빚어진 위반도 여지없이 티켓을 발부하던 맨해튼의 경찰이 최근 들어서는 현장 훈계로 대신한다. 그러다보니 티켓발급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태업이 시작된 지난 연초이후 29일까지의 주차위반 티켓발급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2%나 감소했고 다른 교통법규위반 티켓발급수는 13% 줄었다. 벌과금을 부과하는 티켓의 발급건수가 이처럼 크게 감소함에 따라 뉴욕시는 이미 4백만달러 이상의 재정손실을 보았다. 뉴욕경찰의 태업이유는 일종의 노사분규. 임금인상 문제를 놓고 사용자에 해당하는 뉴욕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노사분규로 기업이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노조의 태업에 대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다른 도시나 다른 주의 경찰에 비해 뉴욕경찰의 임금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주장이다. 그리고 노조측이 임금중재위원회에 이 문제를 가져가더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시장과 경찰이 임금인상폭을 놓고 벌이는 설전은 연일 매스컴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올해말 실시될 뉴욕시장 선거에 이미 재선 도전을 선언해 놓은 상태의 줄리아니시장은 경찰표를 잃어 낙선하는 한이 있더라도 노조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천명했다. 경찰노조는 『우리는 정당한 임금과 유능한 시장 모두를 갖고 싶다』고 호소한다. 그런 와중에도 뉴욕 거리에서 경찰의 긴급출동 사이렌 소리는 그치지 않고 있다. 일상적이거나 긴급을 요하는 경찰의 활동은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민들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언론들도 어느 한쪽을 나무라는 보도는 하지 않고 있다. 이규민<뉴욕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