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라고스-시카고]너무도 다른 두나라

  • 입력 1997년 2월 3일 20시 07분


아프리카 라고스무역관에서 2년간 근무한 뒤 지난해초 시카고무역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세계 최후진국과 최선진국을 고루 경험하면서 나름대로 서로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93년 10월 아프리카 서부 나이지리아의 수도 라고스에 부임했을 때는 정치혼란이 극에 달해 있었다. 과연 이런 곳에서 어떻게 임무를 수행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당시 군사정권은 선거개표과정에서 야당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야당이 금권선거를 했다면서 선거 자체를 무효화 해버렸다. 그 후유증으로 거리는 연일 시위대의 함성과 폭동으로 얼룩졌다. 나라 전체의 극심한 부패로 공무원과 군경의 월급이 10여개월씩 체불되고 각종 무장강도사고가 빈발했는데 그 무기는 군경이 빼돌려 판 것이었다. 대낮에 무장강도가 횡행, 자동차와 침대 머리맡에 돈을 준비해 두어야 목숨을 부지하고 살 수 있는 사회였다. 기간산업의 신규투자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고 70년대초 건설한 각종 사회간접시설은 피폐해져 성한 도로 하나 남아 있지 않은 실정이었다. 그런 상황인데도 일부 최상류층은 벤츠와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고 골프장에는 한개에 20달러까지 한다는 고급 시가가 무심히 버려져 있었다. 그들에게 분배의 정의나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은 완전히 남의 이야기인 듯했다. 아프리카 생활을 마치고 이어진 미국생활 1년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대부분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기 분수에 맞게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검소하고 실질적이며 1달러를 무서워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자동차만 해도 소형차나 낡은 차를 몰아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거리를 누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이니 무리하지 않는다. 무리하지 않으니 얼굴이 밝고 여유만만하다. 그러니 모르는 사람과도 미소를 교환하고 뒷사람을 위해 자신이 먼저 통과한 문을 잡아줄 수 있지 않을까. 아프리카의 한 나라와 미국을 비교해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서 우리나라의 현주소는 과연 어디인지 자문해 본다. 정봉진<시카고무역관 부관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