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 캠벨. 그는 세계 정상급 흑인 모델이다. 백인 클라우디아 시퍼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매를 가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런던의 마담 튀소박물관에 그의 몸매를 본뜬 마네킹이 영구보관될 정도다.
몇달전 훤칠한 키에 약간 이국적인 얼굴의 한 소녀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소녀는 캠벨의 사진을 내 코앞에 들이대며 서툰 우리말로 주문했다.
『제 유방을 이렇게 만들어 주세요』
캠벨의 사진은 「검은 브리지트 바르도」라고 불릴만큼 자태가 요염했다. 무엇보다 표범가죽 무늬의 수영복 위로 솟은 그의 유방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마치 아프리카 대평원에서 구름을 뚫고 당당히 솟아오른 킬리만자로의 영봉을 연상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내 앞에 버티고 앉아 초조하게 대답을 기다리는 10대 후반의 소녀는 미국에서 자란 슈퍼모델 지망생 J양이었다.
나는 『나이가 너무 어려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의 유방 모습이 앞으로 얼마든지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모델들에게 유방성형을 해준 경험이 적지 않았지만 그가 단도직입적으로 요구한 캠벨의 유방 모습은 한편으로 내 기를 꺾기도 했다.
반투명의상이 유행하던 70년대에는 패션모델의 유방이 절벽에 가깝도록 작은 것을 최고로 여겼다. 그러나 요즘은 풍만한 유방을 가지지 않고는 톱모델의 대열에 낄 수가 없다.
모델들의 몸매고치기 가운데 단연 1위가 유방확대수술로 코높이기나 턱뼈깎기보다 더 많다.
J양의 요구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스무살이 되면 패션모델로는 「환갑」이에요. 저는 세계 톱모델이 되기 위한 프로정신으로 유방성형을 요구하는 거예요』
당당한 그녀의 눈빛과 친지의 강력한 권유에 밀려 결국 수술을 하게 되었다. 미국에 주문한 보형물로 한 달 이상 작업한 결과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연말에 패션잡지 한 권이 날아왔다. 표지에는 예쁜 카드가 하나 붙어 있었다.
「선생님 저 여기 서 있어요. J보냄」.
분장을 한 얼굴은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앞가슴이 많이 노출된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웃고 있는 표지모델의 모습이 자신만만해 보였다. 동양인인 J가 세계 패션계의 「황색 진주」로 「뜨는」 날을 기대해본다.
☎02―587―9100
노 만 수<유방전문병원 다이아몬드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