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鍾求기자] 『엎드려!』
가냘픈 여자의 말 한마디에 송아지만한 셰퍼드가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앉아! 앞으로! 물어!』
구호는 쉴새없이 이어진다. 험상궂은 셰퍼드지만 그녀 앞에만 서면 왠지 「순한 양」이 되고만다.
임미라씨(29). 공인 2급 개훈련사인 그녀는 국내에 50명도 안되는 1,2급 훈련사 중 홍일점이다. 남편 서재원씨는 10년 경력의 1급 훈련사.
『여자훈련사가 없는 것은 체력적으로 힘들기 때문이에요. 특히 개가 말을 잘 안듣는 훈련 초기에는 힘센 개에게 끌려다니다 진이 다 빠져요. 하루만에 팔에 알통이 박이고 몸살이 나죠』
그녀가 개 훈련사가 된 것은 92년. 『여자는 안 받는다』는 퇴짜에도 수없이 도전한 끝에 경기도 고양의 한 훈련소에 어렵게 들어갔다. 어려서부터 개를 안고 자는 게 버릇일 정도로 개를 좋아했지만 2년동안의 훈련사 견습생활은 혹독하기 그지 없었다.
『동틀 무렵부터 늦은 밤까지 개하고 같이 지내야 해요. 특히 저같이 개를 귀여워하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죠. 때론 아주 엄하게 다루어야 하거든요』
93년에는 훈련받던 개끼리 싸우는 것을 말리다 허벅지를 물리기도 했다. 아직도 흉터가 남아 있다고.
그동안 그녀의 손을 거친 개는 1백여마리. 95년에는 김포공항 마약견센터에서 골든레트리버 2마리를 마약견으로 길러내기도 했다.
개를 훈련시킬 때 감정을 갖고 때리는 것은 절대 금물.
『잘 못하면 소리로 혼을 내고 잘 하면 앞가슴을 쓰다듬어주죠. 상벌이 확실해야 해요. 때리면 당장 사람을 멀리해버리기 때문에 그 후로는 훈련이 안돼요』
훈련견으로는 셰퍼드가 최고라고 한다.